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신학철 3M 수석부회장 내정구광모 LG회장, 전통 파괴하고 파격적인 외부 인사 영입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만 40세의 젊은 나이에 '160조 거함' LG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구광모 대표이사 회장이 본격적으로 자기 색깔 드러내기에 나섰다.
LG그룹의 모태 격인 LG화학 대표이사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전격 영입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부친인 고(故) 구본무 회장이 그랬듯이 구광모 회장 또한 취임 이후 단순한 안정보다는 파격적인 혁신과 변화를 내세우며 향후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지난 9일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글로벌 혁신기업인 3M 신학철(61)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이 외부에서 CEO를 영입한 것은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1957년생인 신학철 신임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충북 괴산군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인물이다.
신학철 부회장은 1984년 3M 한국지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필리핀 지사장과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을 지냈다.
또 한국인 최초로 3M의 해외사업을 이끌며 수석 부회장까지 오르며 3M이 생산하는 전자, 전기, 사무용품 등 6만 5천여가지 제품을 아우른 입지전적인 전문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의 이번 인사에 대해 부친인 故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받들어 본격적인 자기 색깔 드러내기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락희화학공업으로 시작한 LG화학, 오늘날 LG그룹 모태 회사공채 출신·화학공학 전공 CEO 중용 전통 깬 구광모 회장의 혁신
그도 그럴 것이 LG화학은 1947년 부산에서 락희화학공업으로 출발해 오늘날의 '160조 거함' LG그룹의 모태가 된 회사다.
LG그룹의 근간이 되는 회사인 만큼 LG화학은 그동안 전통적으로 공채 출신, 화학공학 전공자를 CEO로 중용해왔었다.
구광모 회장은 이런 전통을 깨고 글로벌 기업 출신의 기계공학 전공자 CEO를 영입하면서 연말에 있을 인사에 대대적 변화를 예고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LG화학 측은 글로벌 기업 출신이자 기계공학 전공자 신학철 부회장 영입과 관련해 사업상 필요했음을 거듭 강조했다.
LG화학은 현재 주력이었던 석유화학에서 신소재,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등 첨단 부품과 바이오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한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의 글로벌화와 전지 사업의 해외생산과 마케팅이 급속하게 확대되는 등 고도화된 글로벌 사업 운영 체계가 절실한 상황이다.
LG화학 측 관계자는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문화와 체질의 변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돼 영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에서 쌓은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LG화학이 세계적인 혁신기업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 "외부 인사 영입은 대대적인 변화 예고한 것"연말 정기 인사 앞두고 한치 예측 못해…LG그룹 사내 분위기 뒤숭숭
LG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가 주는 상징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재계 한 관계자는 "LG화학 창립 이후 처음 외부 인사 영입은 대대적인 변화 예고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 신학철 부회장 영입에 앞서 구광모 회장은 권영수 당시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하현회 당시 ㈜LG 부회장 자리를 맞바꾸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해 재계 안팎에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파격적인 인사 단행 선례가 있는 탓에 정기인사 규모는 물론 조직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LG그룹 사내가 뒤숭숭하기만 하다는 후문이다.
한편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은 이르면 11월 말 이사회를 열고 각 계열사별 CEO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