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상징이 된 빼빼로데이의 각종 폐단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매년 11월 11일이 가까워지면 식품, 유통업계는 분주해진다. 바로 제과업계 명절과도 같은 '빼빼로데이'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11'이라는 숫자가 가늘고 긴 롯데제과의 '빼빼로' 모양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본래 이 날은 국가가 지정한 '농업인의 날'이다. 제과업계의 '빼빼로데이' 마케팅으로 인해 아직도 많은 이들이 잘 모르고 있다.
어김없이 11월 11일이 다가오는 2018년, 올해부터 '빼빼로데이'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를 꼽았다.
1. 일본 제품 '포키'의 표절 논란
1983년에 출시된 롯데제과의 빼빼로는 일본 제품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따라다니는 상품이다.
표절 논란 대상은 일본 글리코사의 '포키'다. 포키는 1966년에 출시된 제품으로 프리츠에 초콜릿을 발라 빼빼로랑 똑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글리코사에서는 이런 롯데제과의 표절에 지속해서 항의하다 지난 2015년 디자인 유사성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적 있다.
현재 글리코사는 해태와 손을 잡고 국내에 포키를 생산하고 있지만, '표절' 논란이 심각한 롯데제과의 '빼빼로'가 오히려 점유율이 높은 상황.
국내 막대 과자 시장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쓸어 담고 있다.
2. 롯데제과 신동빈 배만 불려주는 '빼빼로데이'
'빼빼로데이'가 수많은 '~데이'와 다른 점은 바로 이 '빼빼로'가 특정 회사, 롯데제과의 상품 이름이라는 것이다.
매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이름만으로도 전국적으로 광고를 할 수 있는 셈. 따라서 '빼빼로데이'는 연인들보다 롯데제과의 오너 신동빈이 수백 배 좋아하는 날이다.
실제 롯데제과는 '빼빼로데이' 대목 2주 동안 500억 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연 매출(2015년 기준 1,060억 원)의 절반 정도를 2주 만에 벌어들였다고 알려졌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빼빼로데이를 통해 20여 년 간 무려 1조 3천억을 벌었다고 추산된다.
이러한 '기념일 마케팅' 덕분에 '빼빼로데이'는 롯데제과 오너 신동빈 배만 불려주는 상술이라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3. 빼빼로데이 아닌 '농업인의 날'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 가래떡데이, 보행자의 날, 지체장애인의 날, 눈의 날, 우리 가곡의 날, 젓가락의 날, 레일 데이, Turn Toward Busan (UN 참전용사 국제 추모행사일), 해군 창설기념일 등 다양한 기념일로 지정된 날이다.
그러나 특정 기업이 상술로 11월 11일을 '빼빼로데이'라고 크게 홍보하는 바람에, 이와 같은 다양한 기념일이 묻히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차라리 '가래떡데이' 등 국내 영세 상인과 농민을 살릴 수 있는 의미 있는 날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정부는 1996년 농민은 흙에서 나서 흙을 벗 삼아 함께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 '土' 자가 겹친 '土月土日',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했다.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하기 위해 국가가 공식으로 지정했지만, 오히려 제과업계 마케팅에 밀려 묻히고 있다.
농산업을 위해서는 '빼빼로데이'보다는 '가래떡데이'를 더 홍보해 떡 관련 산업을 증진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다.
4. '자발적'이라더니…'상업적'으로 변질된 행사
롯데제과에 따르면 '빼빼로데이'는 자발적인 문화에서 시작됐다.
부산·영남 지역의 여학생들 사이에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라는 뜻으로 서로 빼빼로를 주고받으며 시작됐다는 것.
그러나 시작은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 '빼빼로데이'는 상업적으로 변질됐다. 롯데그룹은 10월부터 11월 초까지 엄청난 홍보를 진행하면서 빼빼로 물량을 밀어내고 있다.
게다가, 일본에 '포키데이'가 생긴 이후엔 롯데제과 측에서 오히려 글리코사에 '빼빼로데이'를 표절했다고 주장하는 상황.
자발적인 문화라면 롯데제과가 문제로 삼을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당 주장과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5. '박탈감' 조성하는 빼빼로데이
해마다 '빼빼로데이'에 학교는 난리가 난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아이들은 등교하면서 각종 포장에 싸인 '빼빼로' 가방을 들고 온다.
이 빼빼로를 모두가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나도 받지 못해 마음이 상해있는 경우가 더 많다.
상술로 탄생한 '빼빼로데이' 때문에 적지 않은 아이들이 일종의 '박탈감'을 선물 받은 셈.
게다가 과자를 주기만 하는 것에서 떠나, 얼마나 예쁜 포장으로, 얼마나 많은 빼빼로를 모아 어떤 모양으로 주는지 중요하게 여기면서 더욱 문제가 된다.
누군가에겐 하루 즐거운 날이 될 수 있지만, 빼빼로 살 돈이 없으면 즐기기는커녕, 온종일 우울해지는 날이 되기 때문이다.
박탈감을 조성해 타발적으로 학교 문화에 끼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빼빼로데이'는 없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6. 이미지에 비해 '민망'한 마케팅 전략
롯데그룹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으로 여러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빼빼로데이'의 경우 롯데그룹 내에서도 직원들이 "롯데 이미지만 망치고 있다"고 조롱할 정도로 민망하다는 평가가 있다.
독자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고, 얻어걸린 '빼빼로데이'에만 의존해 매출의 절반을 창출해 낸다는 의견이다.
모든 국민이 참여하게 만든 '행사'를 이용한 것은 좋으나, 지나친 상술과 '행사'만을 이용하는 마케팅으로 안팍으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
롯데제과를 비롯한 롯데그룹의 이미지가 '상술 마케팅'으로 고정될 위험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