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한 살 차이' 삼성 故 이병철 손녀 정유경·이서현의 묘하게 닮은 평행이론

인사이트(좌)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뉴스1 / (우)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사진 제공 = 신세계그룹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손녀 중 마치 쌍둥이처럼 비슷한 삶을 사는 두 명이 있다. 


바로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다.


대표적인 삼성가 3세 경영인으로 국내 패션계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닮은 점이 참 많다.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이들은 모두 '삼성 3세 경영인'이다.


정 사장은 이 창업주의 막내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녀고, 이 사장은 이 창업주의 장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다. 나이는 정 사장이 1972년생, 이 사장은 1973년생으로 한 살 차이다. 


인사이트뉴스1


초·중·고등학교 내리 함께 다닌 '소울 메이트(?)'


두 사람은 초·중·고등학교를 내리 함께 다녀 어릴 적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둘 다 경기초등학교,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를 나왔다.  


이들은 대학에 입학해서야 잠시 서로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 사장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를, 이 사장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정 사장은 2003년 조선호텔 프로젝트 실장을 거쳐 2016년 신세계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패션 사업을 맡기 시작했다.  


이 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 그때부터 패션 사업에 주력했다. 2015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으로 취임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신세계그룹 


'고급화 전략'으로 패션계 사로잡은 정 총괄사장 


우선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중심으로 해외 럭셔리 브랜드를 다수 수입해오며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현재 지방시, 셀린느,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등 다수의 명품 브랜드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또한 자체 수입 편집숍 '분더샵'을 키워 신세계백화점 등에 입점시키면서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냈다.


인사이트분더샵 / 사진 제공 = 신세계백화점


최근에는 분더샵의 프리미엄 브랜드 '분더샵 콜렉션'이 세계 4대 패션도시인 프랑스 파리 봉마르셰 백화점에 정식 입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분더샵은 앞서 지난해 9월 세계 패션 도시 뉴욕에 입성해 셀린느, 끌로에 등 최고급 브랜드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정 총괄사장은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내실을 다시는 동시에 글로벌 패션사업에서도 영역을 넓히려는 계획이다.


인사이트(좌) 사진 제공 = 삼성물산, (우) 사진 제공 = 구호 


'구호'와 '준지' 중심으로 해외 시장 자리잡은 이 사장 


삼성물산을 이끄는 이 사장은 여성복 브랜드 '구호'와 남성복 브랜드 '준지'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웠다.


이 사장은 1997년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만든 '구호'를 인수해 몸집을 키웠으며, 2016년에는 뉴욕에도 진출시켜 노드스트롬 등 인기 백화점과 입점 계약을 맺었다.


그해 12월에는 '준지' 역시 콧대 높기로 유명한 영국 헤롯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해외에서 탄력을 받고 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빈폴스포츠


한편 국내 사업 부문에서는 삼성물산이 최근 몇년 새 패션시장 경기 침체로 고전한다는 평을 받았다. 그렇지만 이 사장은 다시금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빈폴 브랜드의 스포츠웨어 측면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빈폴아웃도어를 '빈폴스포츠'로 이름을 바꾸고 1020세대 사이에서 '핫한' 아이돌 트와이스를 모델로 발탁, 젊은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제품군도 다양하게 넓히면서 소비자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인사이트삼성그룹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 / 사진제공 = 삼성그룹


이처럼 어릴 적부터 꾸준히 비교 대상이던 정 총괄사장과 이 사장은 현재까지도 패션 부문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홈퍼니싱' 분야에도 새롭게 뛰어들었다. 정 총괄사장은 '까사미아'를 인수했고 이 사장은 '그라니트'를 수입해왔다. 


두 사람은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점점 더 커지는 홈퍼니싱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는 중이다. 


할아버지인 이 창업주로부터 내려온 '경영'의 피를 물려받아 타고난 수완을 보이는 두 CEO. 이들이 앞으로는 어떠한 남다른 '신의 한 수'로 서로를 견제할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