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유리천장 가장 견고한 KDB 산업은행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KDB산업은행이 여성 임원 0명이라는 '방탄' 유리천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국회 정무의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KDB산업은행의 임원 중 여성은 아무도 없었다.
공공기관 운영 관련 법률에는 공기관의 임원 현황을 성별을 포함해서 모두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여성가족부에서도 2022년까지 여성 고위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 중 여성 비율을 각각 10%, 20%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노력을 잇고 있다.
KDB산업은행, 직급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 적어
그러나 이동걸 회장이 이끄는 KDB산업은행의 경우 성별 공시 부담과 금융위 산하·출연 기관 중 15명이라는 가장 많은 임원 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여성 임원은 한 명도 없었다.
전체 직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35.2%에 불과했다. 집행부행장 7명, 준법감시인 1명, 1급 86명 등 임원급 고위직 94명 중에서도 여성은 보이지 않았다.
일반직 정규직 사원 2265명 중에도 남성은 1654명으로 73.0%를 차지했는데,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율이 눈에 띄게 감소하기까지 했다.
일반직 5급에서는 588명 중 260명이 여성으로 44.2%를 차지했지만, 4급 31.1%, 3급은 17.3%로 줄었고, 2급에서는 3.4%로 확연한 내리막길의 양상을 띠었다.
낮은 직급에서만 다수를 차지한 여성
반면 텔러, 외환, 비서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특정직'은 547명 중 여성이 502명으로 91.85%를 차지했다.
특정직은 별도의 인사관리 체계로 같은 정규직임에도 승진, 급여 등에서 차등이 있어 2등 정규직이라고 불린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여성의 정치 참여, 사회 참여 기회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22회 여성 경제인의 날'에서는 공직사회의 '유리천장'을 깨트리고자 여성 기업에 대한 각별한 정책 추진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여성 임원들이 등장하며 두드러진 약진을 보이지만, 이동걸 회장의 KDB산업은행의 경우 국책은행임에도 이러한 모습이 없어 많은 이들이 실망스럽다는 평이다.
같은 국책은행임에도 여성 관련 정책에 차이 보여
해당 조사에서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만이 전체 임원 8명 중 2명이 여성 임원으로, 금융위 산하·출연 기관 중 유일했다.
특히, 같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여성 고위직을 적극 등용하고 있다. 지난 7월 정기인사에서 여성본부장 1명과 여성 지점장 13명을 승진시켰고, 2등 정규직 체계도 일반직과 단일화했다.
그 결과 1급 이상 임원급 69명 중 7명이 여성 임원으로 10.1%를 차지했고, 6급 이상 일반직 사원 8790명 중에서는 3648명(41.5%)이 여성이 됐다.
또한 KDB산업은행은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블라인드 제도를 적용하고도 도입 전 16년 신입 공채와 지난해 최종 합격자의 남녀 성비가 65:35로 고정적이기도 했다.
그 이전인 2013~2015년도의 경우에는 합격자 성비가 70:3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일정한 채용 성비 유지'와 '여성 임원 제로'에 산업은행의 채용, 승진 과정에서 은밀한 성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KDB산업은행 측 관계자는 임원이 되려면 있어야 할 '물리적인 시간 문제' 때문에 당장 여성 임원이 존재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에서야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등의 당시 사회 상황에 따라, 1급 부장 이상으로 올라갈만큼 오랜 시간 근무를 한 여성도 많지 않다는 것.
'공정성'을 우선으로 하는 산업은행이 실제 '유리천장'으로 여성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것인지, 정말 근속연수 때문인지는 앞으로 산업은행의 행보를 주목해봐야 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