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거제 살인사건' 피의자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자신의 피 묻은 운동화를 '인증샷'으로 남긴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6일 뉴스1에 따르면 검찰이 피의자 박모(20)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분석한 결과, 지구대에서 자신의 피 묻은 운동화 사진을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달 4일 박씨는 경남 거제시 고현동 한 선착장 인근에서 폐지를 줍던 A(58)씨를 이유 없이 폭행해 숨지게 했다.
행인 권모(23)씨 일행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의 하의가 벗겨져 있는 점과 폭행으로 인한 출혈이 크다는 점 때문에 성폭력 사건으로 분류해 119와 여성·청소년수사팀에 연락했다.
또한 몸싸움을 벌인 권씨와 피의자 박씨를 함께 지구대로 연행했다.
지구대에 도착한 경찰은 이를 단순 상해 사건으로 취급해 박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대 경찰관은 "연행되는 순찰차 안에서 박씨가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지구대에 도착한 다음에도 술 냄새가 많이 났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씨는 지구대에서도 휴대전화를 이용해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에 접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박씨는 피가 잔뜩 묻은 자신의 흰 운동화를 기념하듯 사진을 2장이나 찍어 남겼다.
이후 경찰은 박씨의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샤워할 시간을 줬다. 이때 박씨는 자신의 피 묻은 바지, 양말, 운동화 등을 가져가 세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피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씻는 것은 허락한다"며 "하지만 유치보호관이 옆에서 지키기 때문에 (혈흔이 묻은 옷이나 신발을 세탁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형사사건에서 경찰과 검찰이 초동단계부터 철저하게 협조해야 할 이유를 증명하는 사건"이라며 "하지만 일부에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력 대립 논란으로 몰고 가는 건 사건의 진실과는 무관하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강력범행을 대하는 수사기관의 성의 있고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