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기' 대일유업 인수한 한화 창업주정부 설득으로 식음료 사업으로도 넓힌 '다이너마이트 킴'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우리가 '바나나맛 우유', '요플레' 등으로 알고 있는 빙그레는 사실 한화를 거쳐왔다.
빙그레의 처음 시작은 대일양행의 대일유업이다. 1967년 9월 대일양행으로 설립됐지만, 적자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거듭된 적자로 자꾸만 골치를 썩이자 정부가 한국화약(현 한화)의 김종희 창업주에게 대일유업 인수를 요청했다.
사실 당시 한국화약은 '화약' 등 기간산업에 집중하고 있던 시기였다. 한국화약을 설립했을 때는 6·25 전쟁이 끝난 지 얼마되지 않았었다.
사업가 입장에서는 생활필수품 판매가 큰 이득이었지만, 폐허가 된 나라의 기간을 다지는 데에는 '화약'이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화약 수입과 생산에 도전했다.
김 창업주는 1956년 인천 화약공장 인수, 1959년 국내 최초 다이너마이트 생산에 성공하며 '다이너마이트 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의 바람대로 1960~70년에는 한국화약의 다이너마이트가 고속도로, 부두, 광산 공사 등에 사용되며 국토재건과 산업기반 조성에 일조했다.
무역, 건설 등으로 활로를 넓히긴 했지만 식음료 산업은 한국화약과는 다소 어울리지는 않은 사업이었다.
그러나 당시 김보현 농림부 장관이 김종희 창업주에게 '낙동가를 도와달라'며 집요한 설득을 했다고 한다.
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이었지만, 결국 김종희 창업주는 1973년 대일유업을 인수하고 아이스크림 공장 건설에 나섰다.
제안은 정부에서 했지만 김 창업주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우기 시작하며, '빙그레' 탄생의 서막이 올랐다.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대일유업의 연구진들은 1974년 '바나나맛 우유'와 고급 아이스크림 '투게더'를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김 창업주는 직접 '아이도 어른도 좋아할 만한 맛과 생김새를 지닌 새로운 우유'라는 신제품 개발 목표를 제시했다는 후문.
'바나나맛 우유', '요플레' 등 히트 상품 출시
우유와 궁합이 맞는 과일을 찾다 보니 최종 후보군에 오른 것이 당시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고급 과일 바나나였다.
'바나나맛 우유'는 처음 나온 이후 국내 가공유 시장에서 1등 자리를 차지했고, 현재도 빙그레의 전체 매출 20% 이상을 책임지는 효자 상품이 됐다.
대일유업은 1982년 '빙그레'로 사명을 변경했다. 1983년에는 떠먹는 요구르트 '요플레'를 출시하며 국내 처음으로 호상 요구르트 시대를 여는 등, 유력 식품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특히, 액상 요구르트밖에 없었던 당시 발효유 산업에서 빙그레의 '요플레'는 떠먹는 요구르트 개념으로 시장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이다.
2000년 들어 연속적으로 대한민국 브랜드 파워 1위에 선정되는 등, 대표적인 떠먹는 요구르트로 인식되고 있다.
사업 다각화 이후 계열분리로 한화에서 떨어져 나와
식음료 사업을 성공한 한화는 사업 다각화로 방향을 틀었다. 한화유통(현 한화갤러리아)와 명성그룹 5개사를 인수하며 레저 등 유통 분야를 확장하던 중 1992년 빙그레는 한화그룹에서 분리됐다.
빙그레를 맡아 경영을 시작한 김호연 회장은 '바나나맛 우유'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목표로 구조조정을 단행,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단호하게 잘라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한, 2015년에는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해 바나나맛 우유의 유통기한을 15일로 늘리기도 했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1998년 300억원, 2001년 6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데에 이어 2007년 가공유 제품으로는 사상 최초로 연 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2017년 기준으로는 하루 평균 80만개 이상, 연평균 2억 5000개 이상 판매됐다. 국민 1명이 1년에 바나나맛 우유 '뚱바' 5개를 구매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필리핀 등 10여개 국가에 진출하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한류 우유'라는 이름으로 인기가 뜨겁다고 알려졌다.
만약 한화 김종희 창업주가 대일유업 인수 부탁을 거절했더라면 오늘날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가 존재했을까. 아마 그의 사업은 유통 쪽으로 넓어져 현재 빙그레는 없었을 수도 있다.
이제는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는 '빙그레'가 앞으로 출시할 새로운 제품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