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그만두고 수제맥주 사업의 길로 들어선 김희윤 대표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수제맥주를 너무나도 사랑하던 한 여성은 결국 한의사라는 번듯한 직업까지 그만두고 이태원에 작은 펍을 차렸다.
2012년 시작한 사업은 5년이 지난 후 한국 수제맥주 시장을 평정, 이제는 미국 진출까지 도전하는 거물로 성장했다.
국내 대표 크래프트 비어 기업 '더부스'를 만든 김희윤 대표의 이야기다.
남편 양성후 대표 역시 직장 그만두고 더부스 함께 이끌어
김 대표에게 힘을 불어넣어 준 건 당시의 남자친구이자 지금의 남편, 더부스를 함께 이끌고 있는 양성후 대표다.
양 대표 역시 외국계 기업의 투자자문사였지만 지금은 더부스의 미국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원래 소문난 '맥덕(맥주 덕후) 커플'이었던 이들은 거의 매일 수제맥주를 마시러 다니며 데이트를 했다.
그런데 수제맥주를 취급하는 곳이 많이 없는 점이 늘 아쉬웠다.
"이렇게 맛있는 수제맥주를 왜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지?"라는 생각에 자신들이 직접 맥주집을 차리기로 결정했다.
이태원 골목에서 매우 작게 시작했지만 이들은 본업보다 더 큰 재미를 느꼈고, 실제로 장사도 잘 돼 일 년 동안 가게를 5개로 늘렸다.
이쯤 되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둘은 직장을 그만두고 맥주 사업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김 대표는 한국에서 브랜드 마케팅 등 전반적인 사업을 총괄하고 양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 양조장에서 생산을 맡고 있다.
수제맥주 하나하나에 특별한 '스토리' 담아
더부스의 인기 비결은 맛도 맛이지만 맥주마다 독특한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더부스의 대표 맥주 '대강페일에일'은 북한 대동강 맥주에 대한 더부스의 패기 있는 도전 의지를 담았다.
더부스가 세계 3위 크래프트비어 브랜드인 미켈러와 함께 양조한 '대강페일에일'은 론칭 이후 20 초에 한 병씩 팔리며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 페일에일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또 '치킨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맥주' 치믈리에일은 배달의민족이 작년 선발한 치믈리에 119인과 함께 만든 맥주다.
실제 치믈리에들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선발한 치킨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맥주 레시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치믈리에일은 지난 5월 이마트에 패키지로도 출시돼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밖에도 더부스는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 만든 'ㅋIPA', 스포츠 브랜드 배럴과 함께한 '배럴 Session IPA', 국립극장과 같이한 '제인 에어 엠버에일', tvN '인생술집'과 함께 만든 '흥맥주 밀크 스타우트'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한 이색 맥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 년에 두 번 '더 비어위크 서울' 페스티벌 열어
김 대표가 가장 원하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맛있게 수제맥주를 즐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 더부스는 일 년에 두 번씩 '더 비어위크 서울'이라는 축제를 열어 크래프트 비어 문화를 이끌고 있다.
평소 우리나라에서 접하기 힘든 해외 유명 맥주와 완성도 높은 국내 브루어리의 맥주 약 60여 종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어 젊은 층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올해 5월 건대 커먼그라운드에서 열린 페스티벌에서는 실제로 맥주를 구매한 실 소비자만 2만 6천 명가량에 달했다.
이 밖에도 스포츠와 맥주의 만남을 도모하는 '더부스 라이딩 클럽', 인기 작가들과 함께하는 '책맥 특강', 덕후몰이에 최고인 캐릭터 보노보노와 함께한 맥주 파티 등 다채로운 문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 브루어리 인수해 미국 시장 노리는 김 대표
김 대표는 이제 양 대표와 함께 수제맥주의 성지라 불리는 미국 시장을 노린다.
현재 더부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대규모 브루어리 생산시설을 인수, 본격적으로 미국 내 유통을 시작했다.
더부스의 캘리포니아 브루어리 인수 소식은 미국 3대 방송사 'ABC'와 'CNBC'에 소개될 정도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고.
더부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브루어리를 가동함으로써 미국 현지의 다양하고 신선한 재료를 활용해 높은 품질의 맥주를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맥주 덕후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하는 '사장님 부부'된 김 대표와 양 대표
맥주 '덕후'에서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사장님 부부'가 된 김 대표와 양 대표.
김 대표는 언제나 "더 많은 사람들이 크래프트 비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부스의 변치 않을 비전이며, 앞으로도 더부스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한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비전을 실현하고 있는 이들 부부가 있는 한, 우리는 앞으로 오래도록 맛있는 수제맥주를 양껏 마실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