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반대한다"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현대자동차그룹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현대차 노조가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존 현대차 직원 임금(7천만원대~9천만원대)의 절반 수준 연봉(4천만원대)인 공장을 새로 지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반발하기 위해서다.
직접 고용 1천여명, 간접 고용 1만여명을 창출할 이번 '일자리 창출'이 현대차 노조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면서 업계에서는 "광주형 일자리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광주형 일자리는 정경유착으로 인한 경영 실패를 초래할 것"이라며 "현대차가 투자에 참여할 경우 총파업을 불사하겠다. 이로 인한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정부와 광주시, 현대차가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을 기존 업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자는 정책
노조는 또 "회사가 실적 악화와 경영 위기를 강조하면서도 광주형 일자리 협약을 추진한다면 단체 협약의 용역 전환과 공장 이전 위반으로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을 기존 업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자는 정책으로 광주광역시가 제안한 것이다.
광주시는 신규 자동차 생산 공장 신설 사업을 추진했고, 현대차가 지난 6월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광주시는 지역 노동계를 포함한 원탁 회의를 구성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달 25일과 28일 두 차례 원탁 회의를 거쳐 수정 협상안을 마련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투자 협약서 수정안을 서울 현대차 본사 측에 전달, 협상을 벌였지만 수정안에 대해 시와 현대차가 일부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정안을 두고 현재 논의 중에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며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로 인해 이번 프로젝트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노동계가 늘 원하던 것인데 왜 반대하냐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를 비롯해 노동계가 광주형 일자리를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이 뺏길까봐 그런 거라면 정말 치졸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 노조가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가뜩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자동차 부품 협력 업체들의 연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노동계가 늘 원하던 것 아니냐"
업계 한 관계자 "현대·기아차 '어닝쇼크' 등 국내 자동차 산업 상황이 매우 안 좋다. 자동차 부품 협력 업체들도 도산 직전에 상황"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반대를 하니 다 같이 죽자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노동계가 말하는 상생은 도대체 어디 있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갈등을 빚던 광주시와 노동계가 협상안에 전격 합의했다. 노동계가 노조 패싱과 불통 행정 등을 이유로 협상 중단을 선언한 지 43일 만이다.
다만 한국노총이 중심이 돼 협상안에 합의, 현대차 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의 거센 반발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투자 주체인 현대차와의 협상도 남아 있어 광주형 일자리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이와 관련해 이용섭 광주시장은 1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탁회의에서 도출한 광주시와 노동계 간 노정 합의문을 토대로 현대차와 최종 협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발표된 합의문은 원탁 회의에서 초기에 마련한 협약서와 이후 현대차 요구사항 등을 종합해 수정 보완한 내용으로, 12개 세부사항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6월 체결된 '광주형 일자리 모델 실현을 위한 기초 협약'을 기본 토대로 올해 3월 체결된 '빛그린산단 내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선도적 실현을 위한 노사민정 공동 결의문'이 부분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