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복지재단, 홍천 빌라 화재서 아이 구한 소방대원에 '의인상' 수여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아이를 어떻게든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모든 소방관이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 거센 불길을 뚫고 3세 아이를 무사히 구조한 소방관들이 있다.
헬멧은 열기에 의해 녹아내렸고, 왼쪽 뺨에는 2도 화상을 입었지만 소방관들은 불길에 갇혀 무서웠을 아이의 건강부터 챙겼다.
1일 LG복지재단은 헬멧이 녹을 정도로 거센 불길 속을 뚫고 들어가 3세 아이를 구한 강원도 홍천소방서 소속 김인수(55) 소방위 등 소방대원 6명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어머니의 간곡한 외침…즉각 구조팀 꾸린 소방대원들
홍천소방서 김인수 소방위를 비롯한 소방대원 6명은 지난달 28일 홍천읍의 한 빌라 4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진압대원과 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거실과 주방 등이 온통 화염에 휩싸이는 등 건물 밖까지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불길이 거셌고 건물 진입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그 순간 빌라 출입문 앞에서 울부짖으며 "집 안에 어린아이가 있어요!"라고 외치는 아이의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의 간곡한 외침을 들은 소방대원들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소방대원들은 즉각 구조팀을 꾸렸다. 김인수 소방위와 김덕성, 박종민, 이동현 소방교 등 4명은 아이 구조를, 박동천, 최재만 소방장 등 2명은 화재 진압을 맡았다.
김인수 소방위 "무조건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화재 진압을 맡은 박동천, 최재만 소방장 등 2명이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며 구조를 도왔고 김인수 소방위를 비롯한 소방대원들은 힘들게 건물 안으로 진입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소방대원들은 아이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운 뒤 밖으로 나와 신속히 구급대에 인계했다. 소방대원들의 발 빠른 구조와 응급처치 덕분에 현재 아이는 의식을 되찾고 회복 중이다.
아이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소방대원들의 보호 장비인 안전모 헬멧이 열기에 녹아 내렸고, 화상을 입기도 했지만 소방대원들은 아이를 구조했다는 사실에 한시름을 덜었다.
화재더미에서 아이를 안고 빠져 나온 김인수 소방위는 "무조건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어떻게 뛰어 나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누리꾼 "여러분들이 진정한 영웅입니다" 응원 쇄도
강원소방본부와 홍천소방서 홈페이지에는 어린 아이를 구하려고 자신의 몸을 던진 소방관들에 대한 고마움과 칭찬하는 글이 도배됐다.
홍천소방서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당시 얼마나 위험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며 "여러분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소방관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인수 소방위를 비롯한 소방대원 6명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키로 한 LG복지재단은 또 뇌출혈로 쓰러져 사경 헤매던 50대 남성 구한 여학생 황현희(17), 민세은(13) 양에게도 'LG 의인상'을 수여한다.
지난달 24일 광주광역시 남구 백운동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던 고등학교 2학년 황현희 양은 창 밖으로 한 남성이 갑자기 길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
뇌출혈로 쓰러진 남성 발견하고 달려가 구한 두 여학생
황현희 양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망설임 없이 곧장 하차 벨을 누르고 인근 정류장에서 내려 남성이 쓰러진 장소로 달려갔다.
놀란 마음을 부여잡은 황현희 양은 얼굴 등이 피범벅이 된 남성을 빨리 병원으로 옮기기로 마음먹었고 길을 걷던 중년 남성에게 119 신고를 부탁한 뒤 물티슈를 구해 지혈에 나섰다.
현장에 있던 중학교 1학년 민세은 양은 119에 신고를 한 뒤 황현희 양과 함께 동행할 사람이 없는 남성을 위해 선뜻 구급차를 타고 병원까지 이동하는 등 응급 처치를 도왔다.
이들 두 여학생은 거동이 불편한 남성의 노모가 있는 곳까지 직접 찾아가 부축해 병원으로 안내한 뒤 신속하게 수술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등 선행을 펼쳤다.
LG복지재단, 총 81명에게 'LG 의인상' 수여
LG복지재단 관계자는 "어린 생명을 구하기 위해 보여준 소방대원들의 투철한 사명감과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위해 자기 가족의 일처럼 주저하지 않고 나선 여학생들의 선행을 우리 사회가 함께 격려하자는 의미에서 의인상을 수여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LG 의인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라는 故 구본무 회장의 뜻에 따라 3년 전인 지난 2015년에 제정된 상이다.
故 정연승 특전사 상사를 시작으로 한강에 빠진 여성을 구한 김용우 중령, 손수레 할머니 돕다 뇌사 빠져 장기기증하고 떠난 故 김선웅 군까지 LG복지재단은 총 81명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해 왔다.
LG복지재단은 앞으로 故 구본무 회장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 사회의 의인들을 꾸준히 발굴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