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신춘호 농심 회장이 '상금 5억' 걸고 세계바둑최강전 20년째 개최하는 까닭

인사이트사진 제공 = 농심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대회' 개최 배경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국가 대항 바둑 단체전으로 유명한 농심 신라면배.


사실 바둑대회는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스포츠다. 인터넷 바둑이 인기를 끌면서 공개 해설장이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농심은 1999년부터 정식으로 바둑 대회를 후원하면서 '농심辛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만들어냈다.


꾸준히 바둑대회를 개최함과 더불어 2015년부터는 우승 상금을 국내외 최고 수준인 5억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이처럼 농심이 '바둑' 대회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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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마케팅의 일환으로 선택한 '바둑'


바로 농심 '신라면'의 중국 사업에 있어 '바둑'이 큰 공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미 대표 라면으로 자리 잡은 '신라면'의 중국 진출 당시, 농심은 제품의 맛과 한국의 식문화는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마케팅은 철저히 현지의 입맛에 맞추기로 했다. 중국에서의 바둑 인기를 활용한 회심의 '한 수'를 뒀다.


중국의 큰 인기스포츠인 바둑을 통해 신라면을 각인시키기로 한 것. 중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농심의 인지도와 신라면 브랜드를 동시에 부각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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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으로 신라면 알려


1999년 7월, 한국기원과 함께 국가대항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개최했다.


한, 중, 일 3국에서 각각 5명의 기사가 출전해 추첨으로 첫 번째 대진을 결정한 다음, 해당 대국의 승리자가 타국 선수와 대국하는 연승전이다.


처음 이름을 지을 당시에도 농심이 '신라면'을 넣길 원해 '농심 신라면배'가 되었다는 후문도 있다.


제품명을 세계기전 대회명으로 내세운 건 처음이었다. 이에 더해 대국장 인테리어부터 시작해 농심과 신라면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기획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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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플릿, 제품전시, 이벤트 등 신라면 알리는 기획


빨갛게 물든 대국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辛' 글자와 팸플릿, 제품전시까지 바둑 대회를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눈길이 안 갈 수가 없게 만들었다.


이러한 전략은 중국 소비자들의 심리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신라면배는 제1회부터 한국의 조훈현, 이창호, 중국의 마샤오춘 등 세계 정상급 기사들이 참가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에서도 치뤄지는 대회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대국을 관전하기 위해 대국장이나 TV 앞에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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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최택 6단 일화로 유명


특히 혼자 남은 상황에서 이창호가 5연승으로 우승했던 6회 대회는 바둑 팬들에게 종종 회자될 정도로 한국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tvN의 인기 드라마였던 '응답하라 1988'에서 최택 6단이 혼자 남은 벼랑 끝에서 5연승을 거두며 패권을 거뒀던 화가 바로 이때의 일화다.


당시 신문에 실린 기보와 대국장에 홀로 들어오던 이창호의 모습까지 그대로 재현하면서 신라면배 바둑 대회를 다시 회상케 했다.


중국이 처음 우승했던 제9회 대회는 중국 전역 700여개 언론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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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인기를 얻은 '신라면배' 바둑대회


이처럼 엄청난 인기를 얻은 '신라면배' 바둑대회는 중국 시민들에게 '농심'과 '신라면' 브랜드 이름을 모두 각인시키면서 자연스러운 관심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한-중-일 바둑 삼국지'라 불리는 등, 수백억 원에 해당하는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고 알려졌다.


현재 농심은 상하이, 칭다오 등 동부 해안 대도시에서 충칭, 시안 등 서부 내륙도시로 영업망을 지속 확대하며 더욱 중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탁월한 현지화 전략에 성공한 농심 '신라면'이 중국 시장에서 어떠한 새로운 공략으로 '중심'을 사로잡을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