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아서, 여자라서…차별 채용으로 논란된 기업들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채용시장 전반에서 '블라인드 채용' 제도가 확대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선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응시자의 개인 정보를 배제하고 진행하는 방법으로, 학벌이나 스펙보다 실력 위주로 평가하고자 한다.
이 제도가 확대되게 된 배경에는 그동안 채용 과정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차별 채용이 있다.
학력, 나이는 기본이고 성별과 부모님의 직업까지 적게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력서 칸은 실력만 쓸 수 있게 하는 외국 기업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지금은 많은 기업이 '블라인드' 채용으로 학력, 성별 등을 기재하지 않도록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면접을 보고 나면 성별은 확연히, 다른 부분들도 알아내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 문제.
일각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이름을 내걸고도 아직 기업들이 숨쉬듯 차별 채용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등장하기도 한다.
나이, 학력, 성별 등 온갖 기준으로 차별 채용을 진행해 취준생의 분노를 산 기업 3곳을 소개한다.
1. 나이, 학력, 성별 3중 차별한 한국가스안전공사
지난 2016년 산업부는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인사채용 감사를 통한 부정행위를 적발해 기관장 경고와 함께 개선요구 명령을 내렸다.
가스안전공사가 2015년 2월~2016년 7월 두 차례에 걸친 채용에서 면접점수 수위를 변경해 합리적인 기준 없이 지원자를 임의로 합격시키도록 한 것.
당시 사장이었던 박기동 씨는 면접점수가 마무리 된 이후 '인사정책상 일부 인원 조정검토가 필요하다'며 개입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인의 청탁을 받은 특정 지원자 3명은 합격하고 합격 순위에 들었던 여성 응시자 7명은 탈락하는 등의 불합리한 일이 벌어졌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합격자 순위를 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공사의 관례"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평소 박기동 씨는 '여자들은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으니 조정해 탈락시켜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던 것으로 알려지며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
2. VIP, 남성 지원자에게만 혜택 준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 신입 행원 채용 서류전형에서 남성 지원자에게만 가산점을 주어 인사담당자가 구속된 바 있다.
합격자 비율이 여성이 높자, 남성지원자 113명의 등급점수를 상향하고 여성지원자 112명의 등급점수를 하향해 불합격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심지어 검찰 조사 과정에서 KB국민은행은 "여성 행원이 너무 많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남성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점수를 올려준 것"이라고 말해 더욱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누리꾼들은 "여성이 많이 합격하면 여성을 많이 뽑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성적 '조정'이 아니라 '조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게다가 이른바 'VIP 리스트'를 관리해 최고경영진의 친인척 등에 특혜를 제공하는 등 채용 비리 의혹까지 불거지며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확인한 국민은행의 채용 비리 의심 사례는 3건으로, 그중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도 포함돼 더욱 이목이 쏠렸다.
3. 나이, 키, 용모까지 제한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지난 2017년 감사원 결과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는 2014~16년 서류전형에서 합격 최저점의 100명을 나이로 떨어트렸다.
이에 감사원은 6개 공기업을 상대로 '연령에 따른 합격자 결정 기준'을 폐지하라고 주의 통보를 내리기도 했다.
한국철도공사는 2004년 KTX 여승무원 정규직 전환을 약속 채용 후 전환 없이 계열사 이적을 권하고는, 2006년 해고하는 과정에서 승무원들의 고발을 통해 차별 채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철도공사가 고객서비스업을 '여성'의 일로 한정하며 21~25세로 나이를 제한, 키까지 162cm 이상으로 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을 채용기준으로 제시하거나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명백히 위반되는 차별 행위였다.
이러한 철도공사의 차별 고용은 누리꾼들의 토론 거리가 되어 성차별 고용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 불씨를 키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