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설이 난무했던 '너구리' 이름의 비밀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쫄깃쫄깃~ 오동통통~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처음 광고를 통해 농심 '너구리' 라면을 접한 소비자들은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왜 너구릴까?'
'신라면', '새우탕면', '오징어짬뽕' 등 맛이나 재료가 짐작 가는 제품 이름에 비해 '너구리'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농심은 도대체 왜 '너구리' 라면 이름을 '너구리'라고 지었을까.
'사누끼' 말장난에서 시작한 이름
30일 업계에 따르면 '너구리'는 '사누끼 우동'에서 시작됐다. '너구리'의 특징인 쫄깃한 면발은 사누끼 우동을 제품화한 것이다.
'사누끼'는 우동으로 유명한 일본 시코쿠 지방의 지명이다. 특히 사누끼 우동은 국물보다는 면발을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
우동의 면을 만들 때 발로 밟아서 만들어 일반 우동면보다 쫄깃하고 씹는 맛이 일품이라 알려졌다.
'사누끼'로 시작한 엉뚱한 말장난은 비슷한 발음인 '다누끼'로 이어졌다. '다누끼'는 한국말로 너구리다. 그래서 '너구리'가 됐다.
다소 재치있게 지어진 이 이름은 네이밍 전문회사가 아닌 실무진과 신춘호 농심 회장 사이에 의견을 주고받다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사연을 잘 알지 못한 탓에 온라인상에서는 은근히 '너구리' 이름의 유래에 대한 말이 많다.
"설마 너구리를 넣어서 너구리겠어요?"
주된 설은 '너구리가 꼬리가 통통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 꼬리가 통통한 것이 면발 통통한 것과 무슨 상관이냐며 반론도 많다.
또 하나의 주장은 이름을 짓는 담당자가 너구리 마니아라는 다소 황당한 설이다.
'너구리' 라면 봉지 위에 실제 '너구리' 캐릭터가 있기 때문.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전혀 다른 제품인 농심의 '안성탕면'에도 '너구리' 그림이 붙어있다는 사실이 떠오르며 의외로 이 주장이 힘을 얻었다.
너구리 마니아, 타누키 우동…너구리 이름에 대한 수많은 추측
'타누키 우동'에서 유래됐다는 추측은 실제와 가장 비슷하다.
'타누키 우동'은 이름도 '너구리'이고 우동이라는 점. 그러나 타누키 우동의 가장 주된 특징은 '튀김 부스러기'다.
알맹이인 '타네(タネ)', 뺀다는 뜻의 '누키(ぬき)'를 더한 '알맹이 없는 튀김(タネぬき)'인 튀김 부스러기를 넣었기 때문에 '타누키' 우동인 것.
그러나 이름이 비슷할지언정, 튀김 부스러기가 없는 '너구리'와는 거리가 멀다.
재치 있는 네이밍으로 처음부터 주목을 받아 온 농심의 '너구리'.
우동과 얼큰한 국물의 완벽한 조화에 더해, 전남 완도산 다시마를 통째로 넣어 깊은 맛과 감칠맛까지 살려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특히, 전남 완도산 다시마는 워낙 품질이 좋기로 유명해 다시마만 따로 사용한다는 소비자가 있을 정도.
'너구리'에 넣기 위한 다시마만 매년 평균 400톤가량 구매하는 등, 지역 상생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너구리'는 1982년 국내 최초 우동라면으로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매출 20억을 돌파했고, 35년 동안 누적 판매수 52억 개를 넘어섰다.
국내를 넘어 미국 시장까지 소개되기 시작하며, 현재 연간 1천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농심의 '효자' 상품이다.
'신박한' 발상으로 등장한 '너구리'가 더 세울 기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