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당시 대기업 총수들에게 면박 준 北 리선권 위원장냉면 먹는 총수들 향해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 고위층 인사로부터 면박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우리 측 기업 총수들에게 면박을 준 북한 고위층 인사는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소속 정진석 의원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우리 측 기업 총수들에게 면박 준 사실을 밝혔다.
정진석 의원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옥류관 오찬 행사에서 리선권 위원장이 대기업 총수들이 모여 냉면을 먹는 자리에 불쑥 나타나 정색하고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감사에 참석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이 내용을) 보고 받았냐"며 "리선권 위원장이 총수들에게 왜 그런 핀잔을 준 것이냐"고 물었다.
평양냉면 먹다가 봉변 당한 이재용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조명균 통일부 장관 "비슷한 얘기 들었다" 인정
당시 리선권 위원장과 같은 테이블에는 손경식 경총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앉아있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며 "북측에서는 남북관계에 전체적으로 속도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정진석 의원은 "총수들이 가서 경협 이야기할 처지가 아니지 않냐"며 "아주 결례고 무례한 행동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리선권 위원장이 이런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데 (조명균 장관이) 짚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국민들의 자존심도 지켜 달라"고 주문했다.
같은당 소속 김무성 의원은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리선권 위원장)을 혼내야 될 것 아니냐"고 말했고 조명균 장관은 "그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리선권 위원장 '냉면 목구멍' 발언…싸늘해진 현장 분위기재계 관계자 "성급한 언행이자 상황 무시한 처사" 지적
현장에 있던 관계자에 따르면 리선권 위원장이 '냉면 목구멍' 발언을 하며 면박을 주자 당시 분위기가 싸늘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리선권 위원장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미국의 대북제재에 막혀 남북 경협 속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느린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들도 대통령의 특별수행원이자 남측 대표 인사로 방문한 상황에서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은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북측이 본심을 드러낸거 아니냐. 너무 조바심을 내고 있다"며 "성급한 언행이자 현재 상황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