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배고픈 국민에게 영양간식 '호빵' 보급시킨 SPC 삼립 창업주

인사이트(좌) 호빵 / 사진 제공 = SPC 그룹 (우) SPC그룹 창업주 故 허창성 명예회장 / 사진제공 = SPC그룹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요즘처럼 찬 바람이 부는 시기가 되면 길거리에 하나둘씩 등장하는 영양간식이 있다. 바로 '호빵'이다.


지금에야 호빵을 비롯해 각종 주전부리를 편의점과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할머니 세대와 부모님 세대가 학령기 시기를 보낼 때만 하더라도 간식이 귀한 시절이었다.


오랜 식민지와 한국전쟁으로 굶주림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이기 때문.


1971년 통일벼가 등장하면서 오랜 굶주림이 해소됐지만, 간식은 풍족하지 않았다.


그때 혜성처럼 '호빵'이 등장했다. 따뜻한 온기를 지녀 추위는 물론 주린 배를 달래주기에 제격인 호빵이 탄생한 것이다.


인사이트SPC그룹 창업주 故 허창성 명예회장 / 사진제공 = SPC그룹


크림빵에 이어 '호빵'까지 탄생시킨 허창성 명예회장 일본 거리서 파는 '찐빵'에 영감 얻고 한국에 '호빵' 선봬


호호 불어 뜨거운 김을 식혀먹는 호빵은 '제빵왕'으로 불리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아버지인 SPC 창업주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 손에서 탄생했다.


1964년 출시한 '크림빵'으로 공전의 히트를 친 허창성 명예회장은 1969년 다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크림빵을 생산하기 위해 당시 제과 선진국이었던 일본에 찾아가 크림 주입 기술을 배웠던 만큼 신제품을 만들기 위해 일본 시장을 둘러보기 위한 취지였다.


인사이트호빵 광고 / YouTube 'ad CoCo'


허 명예회장은 일본 시장을 둘러보다 가게에서 따뜻하게 데워 파는 찐빵을 목격한다.


순간 아이디어가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겨울철에 팔 수 있는 따뜻한 빵을 만들어보자'.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의 제빵 업체들은 소규모 분식집에서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손 찐빵'의 벽을 넘지 못했다.


공장에서 나온 양산빵은 따뜻하게 먹는 게 불가능한 데다 비닐로 포장돼 있어 인위적인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인사이트호빵 / 사진 제공 = SPC그룹


산속에 들어가 1녀여간 신제품 개발 몰두 호빵·찜통 개발 성공…1971년 호빵 출시


한국으로 돌아온 허 명예회장은 급히 태스크포스 팀을 꾸린 뒤 함께 산속에 들어가 1년여간 신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지름 10cm에 무게 108g이 나가는 빵을 만드는 것 까지는 나름 수월했다.


그런데 빵을 따뜻하게 데워줄 만한 무언가가 부족했다.


허 명예회장과 태스크포스 팀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 '찜통'을 개발했다.


빵을 다시 데워도 마치 처음 찜통에서 나온 것처럼 촉촉한 식감을 가지고 유지하는 '찜통'을 말이다.


인사이트호빵 광고 / YouTube 'nixkorea'


일반 빵보다 4배 비쌌던 신제품 '호빵' 입소문 타고 하루 160만개 팔리며 '훨훨'


찜통과 빵 완벽한 한 세트를 만든 허 명예회장은 1971년 10월 세상에 '호호 불어먹는 빵'이라는 의미의 호빵을 내놨다.


소비자를 만족시키면 도매상은 따라오게 돼 있으니 품질은 좋아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던 허 명예회장이 만든 빵인 만큼 호빵의 품질도 뛰어났다.


고품질을 자랑하는 만큼 가격도 비쌌다. 당시 대부분이 빵값은 5원이었지만 호빵은 20원에 판매됐다. 무려 4배나 비싼 것이다.


인사이트Instagram '@whale_u_r'


그런데도 호빵은 없어서 못 팔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소비자들은 따뜻한 온기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촉촉한 호빵에 삽시간에 매료됐다.


입소문을 탄 호빵은 가리봉동 호빵 공장을 쉴 새 없이 가동하게 할 정도였다. 당시 호빵의 최대 출고 기록은 하루 160만개. 어마어마한 기록인 셈이다.


크림빵에 이어 호빵 또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빵 판매원들은 공장 앞에 길게 줄을 서며 서로 호빵을 받아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고 한다.


인사이트뉴스1


올해로 47세 된 호빵반세기 가까이 우리 곁 지킨 '국민 간식' 


어느덧 호빵이 출시된 지 올해로 47년이 됐다. 반세기 가까이나 된 것이다.


벌써 편의점 등에서는 시린 손을 녹여주고 주린 배를 달래 줄 호빵을 내놓기 시작했다.


비록 70·80년대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진 않지만, 찬바람 때문에 한껏 시려진 손과 뺨을 녹여주기에는 아직 이만한 따뜻함도 없는 듯하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SPC삼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