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위해 손해 감수하고 사회적 제품 만드는 기업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기업은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잘 팔릴' 제품들을 생산해낸다.
그러나 적게 팔려서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아도 없어서는 안 될 착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있다.
일부 착한 제품은 팔아도 팔아도 오히려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기부와 다름없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지언정, 밝은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제품을 생산해 그 책임을 다하는 기업 5곳을 소개한다.
1. 아토피, PKU 환자 위한 제품 만든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난 2013년 'BYO 피부유산균 CJLP133' 제품을 개발하며 피부 가려움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후원하고 있다.
이 제품은 당시 CJ제일제당의 연구원이 아토피로 힘들어하는 자녀를 위해 개발했다는 후문.
김치 유산균 3500개 중 피부 가려움증에 효과가 있는 유산균을 찾아내 제품화했다고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은 '햇반 저단백밥'으로 국내 200여 명의 '선천성 대사이상(PKU)' 환아를 위한 제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유전적 조건으로 단백질을 소화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져, 일반 햇반 대비 단백질 함유량이 10분의 1에 불과하다.
개발비용 8억원보다 연간 매출액은 5천만원도 되지 않는 '돈 안 되는 제품'이지만 꾸준히 생산 중이다.
2. PKU 환아의 풍부한 영양 섭취 가능한 분유 만든 매일유업
모유도 먹을 수 없는 PKU 환아들에게는 영양 공급을 하는 방법이 큰 문제다.
이들을 위해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국내 유아식 전문 브랜드 유일하게 특수 분유 '포뮬러'와 '앱솔루트 메티오닌 프리포뮬러' 등을 개발했다.
해당 제품은 유통기한이 짧고 소비 인구가 적어 이윤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윤과 무관하게 아이들의 고른 영양 섭취와 균형 잡힌 성장발달에 도움을 주자고 결정한 것이다.
또한, 지난 2017년 탄수화물 지방을 줄인 1단계에 이어 특수 단백질 함량을 높인 2단계를 추가 출시하며 더욱 라인업을 늘렸다.
이로써 매일유업은 총 8종, 12개의 선천성 대사이상 분유를 생산해 소수의 환아를 위한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3. '이른둥이' 위한 전용 기저귀 만드는 유한킴벌리
매년 37주 이전 또는 2.5kg 이하로 태어난 미숙아들의 수는 약 3만 명에 이른다.
이 아이들은 만삭아보다 몸이 작고 약해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이른둥이 전용 제품은 다양하지도 않고 구하기도 어렵다.
이에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이른둥이를 위한 전용 제품 '하기스 네이처메이드 이른둥이 소형'을 개발했다.
여린 피부를 고려해 부드럽게 만든 제품으로, 의료비 부담이 큰 이른둥이 부모들을 위해 '무상'으로 공급하는 캠페인까지 펼쳤다.
전체 시장에 0.3% 정도의 비중으로 수요가 극히 적은 이른둥이 제품이지만 생산효율이나 이익을 따져 만들지 않았다.
기저귀에 대한 보편적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전용제품 공급을 결정하게 됐다는 유한킴벌리는 '사회책임경영' 기업으로서 더욱 호평받고 있다.
4. 유방암 전용 속옷 개발하는 남영비비안
남영비비안은 2003년부터 유방암 환자를 위한 전용 속옷을 판매하고 있다.
유방암 환자들은 몸 일부를 잃은 상실감으로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까지 겪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가슴 한쪽이나 일부분, 양쪽을 모두 절제한 사람, 평평한 모양 등 상태와 가슴 크기가 달라져 변화된 몸의 균형을 일반 제품으로는 맞추기가 힘들다.
이처럼 유방암의 아픔을 겪은 여성들에게 비비안은 당당함과 아름다움을 드러내자는 취지로 유방암 전용 속옷을 개발했다.
생산 라인 구축과 개발비가 추가로 들어감에도 예쁜 속옷을 입고 싶어 하는 유방암 환자들이 있다는 매장의 목소리를 듣고 기획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해당 제품을 유방암을 겪은 소외계층 여성에게 전달하는 등, 당당한 삶을 북돋기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5. 유당불내증 아이를 위한 특수식품의 정식품
정식품의 창업자인 고(故) 정재원 명예회장은 1937년부터 소아과 의사 생활을 하며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아이 치유식 개발을 위해 영국과 미국에서 유학한 그는 모유와 우유를 못 먹는 '유당불내증' 아이를 위해 '베지밀'을 개발했다.
이어 아들인 정성수 정식품 회장이 그 뜻을 이어받으면서, 정식품은 환자용 영양식 제품 '그린비아'를 생산하고 있다.
'그린비아'는 소아 당뇨·신장 질환자를 위한 특수식이다.
적은 용량으로 높은 열량과 단백질 공급이 가능하게 해 당 섭취를 조절하는 균형 영양식이자 수분 제한이 필요한 환자에게 적합하게 개발됐다.
뿐만 아니라 정식품은 갑상선 질환자용, 경관 전용, 투석 신장 질환자용 등 20종 가량의 특수전문식품을 생산하며 소수 환자들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