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유진 기자 = 쌀쌀해진 날씨만큼 고용시장에도 한파가 불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취준생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금융감독원 등 정부 관계자들의 자녀들에게 입사 '프리패스'를 준 것.
이들의 행태는 높은 관직의 자제들을 특별 채용해주던 과거의 '음서 제도'와 다를 바 없다.
내가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할 때 편하게 놀던 친구는 아버지가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대기업에 바로 합격했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이처럼 많은 취준생을 울린, 정부 고위 관계자들 '청탁'으로 채용 비리를 행한 기업 5곳을 소개한다.
1. 166명 취준생 들러리 만든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 대행사 '이노션'
이노션은 지난 2016년 9월 1일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딸을 채용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부위원장은 이노션이 불공정 거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접근해 취업 청탁을 했다.
이노션은 같은달 19일 김 전 부위원장의 딸이 지원서를 제출하자 서류 전형도 없애고 바로 면접을 보게 했고, 임원 면접에서 최고 점수를 주면서 경영 전략 부문에 최종 합격시켰다.
당시 채용 경쟁률은 167대 1이었기 때문에 '특혜' 채용으로 166명을 들러리로 전락시킨 셈이다.
2. 지역 국회의원 청탁으로 역대급 채용 비리 저지른 '강원랜드'
강원랜드는 지역 의원 등의 청탁을 받고 518명에게 채용 혜택을 주는 대규모 비리를 저질렀다.
이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합격한 인원 전체에 해당해 사회에 더욱 큰 충격을 줬다.
지난 5월 결국 강원랜드는 채용 비리에 연루된 직원을 확인하고 225명의 채용을 취소했다.
또한 당시 원서를 냈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특별 채용'을 진행하는 이례적인 조치도 취했다.
하지만 채용 당시로부터 이미 5년가량 지났기 때문에 응시율이 높지 않아 반쪽짜리 보상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3. 국정원·금감원 등의 부탁받고 16명 특혜채용한 '우리은행'
지난해 폭로된 우리은행의 채용 비리는 업계 전반으로 번진 특혜 채용의 시발점이었다.
신뢰도가 높은 업계인 만큼 취준생들이 느낀 배신감도 컸을 것이다.
우리은행은 국가정보원과 금융감독원 직원, VIP 고객의 청탁을 받고 이들의 자녀나 지인 등 16명을 채용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진 후 논란이 크게 일자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우리은행으로 밝혀진 채용 비리는 업계 전반에 대한 조사로 이어졌고 우리·KEB하나·KB국민·부산·대구·광주 은행 등 6개 은행의 비리가 드러났다.
4. 정치인, 금감원 직원 등 고위 관료 친인척 7명에 채용 특혜 준 '신한은행'
신한은행은 국회의원과 금융감독원 직원 등 외부 유력인사들의 자녀들을 별도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은행은 영향력이 큰 국회의원과 금융감독원 직원 등 외부 인사들의 청탁을 받고 '특이자 명단'을 만들었다.
덕분에 청탁 지원자들은 서류나 면접 전형에서 부족한 점수를 받더라도 신한은행 신입사원으로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은행장이 이들에 대해서는 평가 점수에 상관없이 합격 여부를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신한은행이 12건의 채용 비리에 연루됐다고 파악하고 검찰에 전달했고 현재 채용 비리 지시 혐의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조사하고 있다.
5. 대주주 중소기업중앙회 청탁받고 10명 부정 채용한 '홈앤쇼핑'
홈앤쇼핑은 신입사원 채용에서 일부 지원자들에게 공지사항에도 없던 이유를 만들어 가산점을 줬다.
중소기업중앙회 임원 등의 청탁을 받고 이들의 자녀를 합격시키고자 한 것이다.
인적성 검사를 다시 볼 기회를 주는 특혜도 제공했다.
채용 비리가 있었던 2011년과 2013년의 홈앤쇼핑 공채경쟁률은 각각 11대1, 130대1 수준이었던 만큼 취준생의 충격도 컸던 사건이다.
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는 부정 채용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가 시작된 후 지난 3월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