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창립자 아버지 암 투병, 의사직 내려놓은 신창재 회장
[인사이트] 황성아 기자 = 암으로 아버지가 병상에 눕자 산부인과 의사직을 바로 내려놓고 아버지의 회사 경영을 맡은 생명보험업계의 이단아가 있다.
이 이단아의 정체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다.
신창재 회장은 지난 1996년 의사직을 그만두고 교보생명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그는 서울대 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오너이자 아버지가 암 판정을 받고 더는 경영을 못하게 되자 그는 선택권이 없었다. 회사를 세운 아버지, 신용호 회장의 뜻대로 경영 일선에 나설 수밖에.
"회사 망친다"는 반발에도 꿋꿋이 보험에 대해 배운 신창재 회장
신창재 회장이 처음 경영 일선에 나설 당시 회사는 일각에서는 "산부인과 의사가 회사를 망가뜨린다"는 반발이 거셌다.
그럼에도 신창재 회장은 꿋꿋이 임직원들에게 "나는 모릅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십쇼"라고 부탁하며 보험에 대해 하나둘씩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실적 위주의 보험업계 관행을 깨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에 실체가 없는 가명 계약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알면서도 보험설계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혁신적인 인사 개혁 단행…능력 위주로 재평가
이에 그는 임직원들에게 투자성 보험 대신 중장기 보장성 보험, 과잉 판매가 아닌 완전판매에 집중하도록 했다.
그는 인사 개혁도 단행했다. 친인척이라도 직무능력이 부족하면 승진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이고 임원들도 능력 위주로 재평가했다.
심지어 2000년 아버지가 내세운 대표이사 중 두 명을 회사에서 내보내며 경영혁신을 했다.
신창재 회장은 당시 공정한 인사가 신임 회장으로서 권위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경영 혁신, 계속하라"는 친선의 뜻대로 회사 경영 중인 신창재 회장
그 결과 신창재 회장이 취임하고 약 10년 뒤, 교보생명은 2008년도 회계 연도 2,9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생명보험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 2000년 25조원이던 총자산은 2011년 60조원을 돌파했다.
신창재 회장은 아버지의 유언 "경영 혁신, 계속하라"를 마음속 깊숙이 새겨두며 오늘도 보험 업계에 디지털 혁신, 상품 혁신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교보생명은 올해 1월 말 기준 96조 8,2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며 삼성생명, 한화생명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보험사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