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어린 시절부터 한라산을 수없이 오르던 제주도 소년은 자라서 국내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의 CEO가 됐다.
어느새 창립 45주년을 맞아 이제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 중인 '블랙야크'의 강태선 회장 이야기다.
누구보다 산을 사랑했던 강태선 회장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강 회장은 소문난 '등산 마니아'였다.
오죽하면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우치고 서울의 북한산, 관악산, 청계산 등 다양한 산을 오르기 위해 상경했을 정도다.
당시 강 회장은 이모집에 얹혀살며 낮에는 이모 일을 돕고 밤에는 산으로 향했다. 당시 그의 이모는 남대문에서 교복 코트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강 회장은 산에서 자신이 쓸만한 배낭을 하나 만들어 매고 다니기 시작했다. 산을 자주 타던 그이기에 어떻게 해야 편하고 내구성 좋은 등산 배낭이 될지 잘 알고 있었다.
강 회장의 배낭을 본 주변 사람들이 "나도 하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해오기 시작했고, 뜨거운 반응을 알아챈 그는 이모에게 돈을 빌려 사업을 시작했다.
흥망성쇠 거듭했던 강 회장의 사업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패기'만으로 시작한 사업은 고스란히 실패로 돌아가 강 회장을 좌절시켰다.
이후에는 사회 흐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977년 산악인 故 고상돈 씨가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하고 돌아오면서 '등산 열풍'이 불었고 배낭과 침낭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
강 회장의 등산 외길 인생이 드디어 빛을 보는가 싶었다. 그렇지만 얼마 후에는 국립공원 내 야영 및 취사가 금지되면서 아웃도어 용품 시장이 순식간에 힘을 잃었다.
롤러코스터 타듯 사업의 흥망을 계속 반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강 회장은 등산 용품보다 등산 '패션'에 주력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기능성에만 주력했던 등산복에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집어넣으면서 전문 산악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등산복을 즐겨 입을 수 있도록 발전시켰다.
세계 시장에서 두각 나타내고 있는 블랙야크
2000년대 후반 아웃도어 시장이 제대로 호황을 겪으면서 블랙야크는 더욱 몸집을 불렸다.
강 회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2012년부터 아웃도어 종주국인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세계 최대 아웃도어 박람회인 '이스포(ISPO)'에 처음 참가했을 땐 아무도 블랙야크에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았지만 강 회장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꾸준히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결과, 2014년부터는 프리미엄 브랜드만 입성하는 홀에 당당히 부스를 들일 수 있었다.
강 회장의 아들 강준석 상무가 이끄는 '나우'
강 회장은 3년 전 미국의 라이프웨어 브랜드 '나우'를 인수해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나우는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스타일과 기능성을 모두 잡은 제품들을 내놓는 브랜드다.
강 회장의 아들인 강준석 미래전략본부 상무가 인수를 주도해 현재는 총괄까지 맡았다.
강 상무는 올해 초 열린 '블랙야크 뉴 비전'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내 스피치 연사로 데뷔하면서 본격적인 '2세 경영'의 서막을 암시하기도 했다.
올해 블랙야크 45주년 기념행사에서 강 회장은 "2020년까지 세계 1위 브랜드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든든한 아들 강 상무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서서히 블랙야크의 영향력을 키워나갈 강 회장.
한국을 넘어 세계의 산악인들이 국내 토종 브랜드인 블랙야크에 열광하는 날이 다가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