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여자친구와 만난 지는 이제 1년이 조금 안 되었습니다. 그간 계속 무탈하게만 지내던 우리 커플이 얼마 전 크게 싸웠는데요.
며칠 전, 여자친구가 제 자취방에 놀러 왔어요. 그런데 제가 잠든 사이 제 휴대전화를 훔쳐본 겁니다.
전 평소 휴대폰을 딱히 감추지 않아요. 비밀번호 설정도 해두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고 생각해요.
불안하고 의심스러우면 직접 말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여자친구에게 따졌더니 궁금해서 그런 거라며 '보여주지 않으니까 이렇게 몰래 보게 된 것 아니냐. 나는 볼 권리가 있다'고 오히려 화를 내더라고요"
현대인에게 휴대전화란 자신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물건이다. 연인 사이에서 크게 갈리는 의견 차가 있는데 바로 이 휴대전화를 서로에게 오픈하느냐, 의 문제다.
휴대폰 공개, 사생활 침해다
사연 속 남자친구와 같은 의견인 이들의 마음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남자든, 여자든 지키고 싶은 자기만의 영역이라는 게 있다. 휴대전화 속 메시지 내용이나 인터넷 서핑 기록 등도 이에 해당한다. 이걸 오픈하는 순간 자신의 밑바닥까지 보이는 기분이 든다는 것.
또 친구들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할 경우, 거친 말투나 다양한 대화 주제 때문에 별일 아닌 거로 연인의 오해를 사서 괜한 갈등만 빚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영역을 무시하고 침범하려 드는 기분이며, 간섭받고 감시당하는 느낌이고, "나를 믿어주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에 연인에게 마음이 멀어진다.
휴대폰 공개, 거부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연인 사이에는 숨기는 게 없어야 하지 않냐는 게 이들의 주요 요지다. 사랑한다면 모든 걸 공유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휴대폰 공개를 거부하는 순간 일단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또 관심이 없다면 휴대폰 내용을 보고 싶은, 그런 궁금증은 처음부터 있지도 않다. 오히려 휴대폰을 궁금해하는 게 사랑스럽고 귀여워 보인다는 이유다.
휴대전화 오픈을 둔 견해차는 사실 쉽게 좁히기 어렵다. 그래도 싸우지 않을 방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 공개를 꺼리는 쪽은 공개 대신 지금 누구와 어떤 용건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등을 말로 해 주면 된다. 보여주기 어려운 내용이라면 충분히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상대방도 굳이 꼬투리를 잡지 않을 것이다.
서로 휴대폰 공개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이들의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
답이 없는 문제니 자신의 입장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믿어야 한다. 믿음 없는 관계는 사실 처음부터 오래 갈 수 없으니 말이다.
생각의 차이다. 모두들 함부로 상대방의 마음을 휴대폰 공개 하나로 단정 짓지 말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