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출신 편견 깨고 '실력'으로 삼성그룹 부회장 오른 인물'월급쟁이 신화' 주인공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어려운 가정환경과 지방대 출신이라는 편견을 당당히 깨고 오로지 '실력' 하나만으로 삼성그룹 부회장까지 승진해 '월급쟁이 신화'를 쓴 인물이 있다.
삼성그룹 사회공헌 활동을 총괄하는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에 몸 담고 있다가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재계 15위 CJ그룹 이재현 회장에 발탁돼 다시 한번 신화를 쓰고 있다.
40년간 일하던 삼성에서 현재는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그룹 내 임원들에게 고문이자 멘토로서 원로 역할을 하고 있는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53년생으로 올해 65세인 박근희 부회장은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청주상고와 청주대학교 상학과를 졸업했다.
당시 찢어지게 가난했던 박근희 부회장은 힘겹게 농사짓는 부모님 일을 도우면서 어린 동생들을 뒷바라지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기에 청주상고에 진학했다.
아버지 땅 팔아 마련한 돈으로 겨우 대학에 입학오늘날의 삼성SDI 전신인 삼성전관에 공채로 입사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대학에 들어가고 싶었던 박근희 부회장은 땅을 팔아 겨우 간신히 등록금을 마련해준 부친의 도움으로 청주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박근희 부회장은 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부모님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등록금 납부는 물론 어린 동생들의 도시락을 손수 챙기는 효자였다.
ROTC로 군복무를 마친 박근희 부회장은 1978년 공채 19기로 오늘날 삼성SDI의 전신인 삼성전관에 공채로 입사해 8년간 수원공장 경리과에서 경리 및 관리업무를 맡았다.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박근희 부회장은 전문가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실력을 쌓았고 능력을 인정받아 1987년 삼성그룹 비서실로 자리를 옮겨 운영팀과 재무팀에서 근무했다.
8년이 지난 1995년 박근희 부회장은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자연스럽게 친정인 삼성전관에 복귀했다. 그리고 경제위기가 닥친 1997년 그룹 비서실로 복귀해 경영진단 업무를 맡았다.
삼성그룹 감사업무 총지휘하며 승승장구
이건희 회장에 제출한 보고서 계기로 사장 승진
박근희 부회장은 이후 2003년 말까지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으로서 삼성그룹의 감사업무를 총지휘하며 승승장구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듯이 박근희 부회장에게도 기회가 왔다.
당시 감사업무를 총지휘하던 박근희 부회장은 삼성카드를 정기 감사한 뒤 '양적 팽창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건희 회장에게 제출했다.
박근희 부회장의 날카로운 안목과 보고 덕분에 6개월 뒤 터진 '카드사태'에서 삼성그룹은 피해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고 삼성캐피탈 사장으로 승진하는 계기가 됐다.
2004년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캐피탈과 삼성카드 사령탑을 맡은 박근희 부회장은 이듬해인 2005년 삼성 중국본사 사장에 임명됐다.
직장인 오를 수 있는 마지막 자리인 부회장직까지 승진이재현 CJ회장에 발탁돼 CJ대한통운 부회장직 수행
박근희 부회장은 이후 2010년 말까지 6년간 중국삼성을 이끌며 '중국 내 제2삼성 건설' 프로젝트를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 박근희 부회장과 같이 근무했던 한 삼성 관계자는 "부하직원들을 다독이는 특유의 '따거(大兄·큰형) 리더십'과 솔선수범으로 조직을 이끌었다"고 회상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박근희 부회장은 2011년 삼성생명 사장을 맡아 공격적인 영업을 주도했고 이를 발판 삼아 직장인이 오를 수 있는 마지막 자리인 부회장직에 오르며 정점을 찍었다.
2015년 말 삼성그룹 고문을 맡으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박근희 부회장. 그는 연매출 26조 9천억원 '공룡기업' CJ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현 회장에게 발탁돼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CJ대한통운 부회장이 됐다.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근희 부회장은 현재 경영자문은 물론 CJ그룹의 대외활동 전반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그룹 최고위직 출신 인사→CJ그룹行 매우 이례적박근희 부회장, 가교 역할해 낼 수 있을지 업계 관심 집중
박근희 부회장의 CJ대한통운 부회장직 이행은 사실 삼성그룹 최고위직 출신 인사가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사례로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삼성그룹과 CJ그룹은 상속세 다툼 등으로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왔기에 이들 그룹에서 최고위직 임원이 상대 회사로 옮기는 것이 사실상 '금기시'로 여겨졌다.
재계에서는 박근희 부회장의 CJ그룹 행을 두고 선대 회장의 '악연'을 끊고 삼성그룹과의 화해 무드로 돌아서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박근희 부회장은 "(삼성그룹과 CJ그룹의 화해와 관련) 내가 역할을 할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내에서 '월급쟁시 신화'를 쓴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삼성그룹과 CJ그룹 '가교 역할'에 나선 박근희 부회장이 또 한번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삼성과 CJ를 화해시킬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