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금융지주사 회장에 구속영장 청구는 조용병 회장이 처음패닉에 빠진 신한금융지주…긴급회의 열고 대응방향 논의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리딩뱅크' 탈환에 한걸음 다가선 신한금융지주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져 패닉에 빠졌다.
검찰이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비리 혐의로 지난 8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현직 금융지주사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렌지라이프 인수 합병으로 '리딩뱅크' 탈환을 꿈꾸고 있는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조용병 회장의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추진하고 있는 전략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임원 자녀 등을 부정 채용한 의혹으로 지난 8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용병 회장이 10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했다.
조용병 회장, 채용 과정서 임원 자녀 등 '특혜 채용'한 혐의최종 결재권자로서 당시 특혜채용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
이날 오전 10시 13분쯤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도착한 조용병 회장은 현장에 있던 취재진들의 질문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신한금융지주 분위기는 심각하다. 조용병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난 8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하는 등 대응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신한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는 수장 조용병 회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고 있길래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일까.
조용병 회장은 앞서 지난달 17일 구속기소 된 신한은행 전직 인사부장들과 함께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임원 자녀 등을 특혜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용병 회장이 신한은행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15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신한은행 최종 결재권자로서 당시 특혜채용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혜 채용 논란과 관련 검찰 압수수색 받은 신한은행 신한금융지주 측 "수사 중인 사안…언급하기 어렵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초 전·현직 임원 자녀들의 '특혜 채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6월 본사 압수수색 등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당시 외부 청탁을 받은 지원자는 '특이자 명단'으로 관리하고, 부서장 이상의 임직원 자녀들이 지원한 경우 '부서장 명단'으로 관리했다.
서류 전형과정에서도 나이가 기준보다 많거나 학교별 등급에 따라 책정한 학점 기준을 넘지 못할 경우 탈락시키는 '필터링 컷'을 적용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신한은행이 당시 남녀 합격자 비율을 3대 1로 맞추기 위해 면접점수를 임의로 조작해 특정 임직원 자녀를 특혜 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측은 조용병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끼고 있는 모습이다.
비상에 걸린 신한금융…목표사업 줄줄이 지연 가능성10개월 공들인 끝에 인수 성공한 오렌지라이프 '흔들'
조용병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관련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지주사 차원에서 달성하고자 했던 목표사업이 줄줄이 지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오렌지라이프다. 신한금융은 지난달인 9월 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오렌지라이프 지분 인수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
신한금융은 MBK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주당 4만 7,400원 총 2조 2,989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조용병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 승인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회장 재판이 지속될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조용병 회장에 대한 구속여부 오후 늦게 또는 내일 새벽 결정금융권 "구속 가능성 낮아…경영 활동에 지장 받을 듯"
비(非) 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신한금융이 지주사 차원에서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 신탁회사 인수 또는 부동산신탁업 신규 진출도 무산될 위기다.
뿐만 아니라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신한금융 2인자인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신한사태' 위증교사 관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신한금융이 '위기'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한편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조용병 회장에 대한 구속여부는 10일 오후 늦게나 또는 11일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회장의 구속여부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구속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도 채용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되고 현재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조용병 회장의 구속 가능성은 높진 않지만 향후 경영 활동에 대해서는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