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잠잘 때 자세가 녹내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안과 유정권 교수팀은 옆으로 누워서 잘 때 베개의 높이에 따른 머리 위치 변화가 안압상승에 주는 영향을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보통 안압은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이중 몸의 자세는 안압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성인남녀 17명을 대상으로 여러 잠자리 자세를 취하게 한 뒤 베개 높이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머리 위치에 차이를 둬 개인별 안압을 측정했다.
이 결과 앉아있을 때는 평균 좌·우 안압(단위 mmHg)이 각각 12.8, 13.1에 머물렀다. 하지만 바로 누웠을 때는 안압이 각각 14.7, 14.8로 높아졌다. 옆으로 누웠을 때는 안압이 더 크게 올라갔는데, 이 중에서도 머리 위치가 몸의 중심보다 낮을 때는 각각 18.3, 16.5까지 상승했다.
낮은 베개를 이용하는 경우, 옆으로 누울 때의 어깨너비로 인해 머리 위치가 척추의 중심보다 낮아져 안압 상승을 유발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녹내장 치료에 새로운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녹내장은 안압의 상승으로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에 장애가 생겨 시신경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기본적으로 완치가 어려워서 평소 예방과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안구 내 압력 상승이 원인인 만큼 녹내장 위험이 있는 환자들은 불필요하게 안압이 상승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유 교수는 "옆으로 누울 때 베개 높이가 과도하게 낮으면 머리와 목 부분의 정맥이 압박을 받고, 결국 안압이 높아지거나 시신경의 혈액순환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옆으로 누울 때 베개나 모포 등을 이용해 머리의 높이를 조정하는 게 수면 시 안압 상승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짧은 시간에 이뤄짐으로써 실제 수면 시의 안압 변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구논문은 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Optometry and Vision Science) 최근호에 기재됐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