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최태원 SK회장, (우) 정몽구 현대차 회장 / 사진제공 = SK그룹, 현대차그룹

이재용 부회장,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2박 3일간 방북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 혐의 형사 재판 중…적절성 논란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국정농단 사건 핵심 피고인으로 상고심 재판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2박 3일간 방북하면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18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행 공군 1호기를 타고 방북길에 올랐다.

삼성그룹 총수로서는 첫 방북이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0년과 2007년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건강상의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고 윤종용 부회장이 대신 평양을 방문했었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방북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공군 1호기에 탑승해 나란히 앉아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회장 /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부회장, 1심서 징역 5년 선고받고 구속2심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선고 풀려나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받고 구속됐지만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현재 검찰과 이재용 부회장 측 모두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그러다보니 비리 경제인은 경제사절단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정부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 재판 중에 남북정상회담 때 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 뒤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은 재벌 총수 사례가 있어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방북과 관련 '삼성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 뉴스1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당시 정몽구·최태원 회장재판 중임에도 '경제인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

그렇다면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통령을 수행했다가 사면 받은 재벌 총수는 누구일까. 현대자동차를 이끌고 있는 정몽구 회장과 SK그룹 수장 최태원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지난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때 정몽구 회장과 최태원 회장, 구본무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인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길에 올랐다.

정몽구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방북 당시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경우 비자금 1034억원을 조성하고 9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2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최태원 회장은 1조 9천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선고받고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최태원 SK회장 / 뉴스1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명박 정부로부터 '특별사면' 받아이재용 부회장도 똑같은 전철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

그러나 정몽구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그해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이들 두 총수는 이듬해인 2008년 이명박 정부로부터 경제 살리기 명분으로 8.15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방북이 적절성 논란을 빚고 있는 이유도 정몽구 회장, 최태원 회장 전철를 똑같이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월 석방된 후 경영 활동을 재기한 이재용 부회장은 7월 인도 노이다 휴대폰 공장 준공식에서 국빈 방문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했다.

한달도 안된 8월 초에는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공장에서 김동연 경제부청리를 만나는 등 문재인 정부와의 스킨십을 적극 늘려가고 있는 모양새다.

평양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삼성과 문재인 정부 관계 재정립 가능성임종석 비서실장 "재판은 재판이고 일은 일"

재계에서는 실제 남북정상회담 방북을 계기로 삼성과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가 재정립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다.

반면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 포함된 배경과 관련해 "재판은 재판이고 일은 일이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방북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는 '별개'라는 뜻이다. 그러나 재계 한 관계자는 "재판부 입장에서 신경쓰지 않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