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에 12캔' 가성비로 소비자 지갑 열게 만든 '필라이트'
적자에 허덕이던 하이트진로 매출 견인차 역할 톡톡히 해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치이익'. 캔을 따는 순간 이산화탄소가 올라오면서 부드러운 거품이 나는 술 발포주 '필라이트'.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맥주 못지않게 톡톡 터지는 청량감과 입안 가득 퍼지는 알싸한 아로마 호프향, 그리고 뒷맛까지 깔끔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를 끌고 있는 술이다.
사실 한국시장에서 '발포주'라는 개념은 없었다. 발포주는 일본에서 먼저 등장한 주류 유형으로 원료 비중을 줄여 세금을 낮춰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줄인 상품이다.
경기 침체 등 장기 불황을 겪던 일본에서 먼저 등장한 발포주. 이런 개념을 반영한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도 기존 맥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게 특징이다.
'12캔에 1만원'. 한 캔당 840원으로 단돈 1천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여타 브랜드 음료수 한 캔보다 저렴한 셈.
이처럼 '필라이트'는 맥주 못지않게 맛은 좋으면서도 가격은 착해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甲(갑)'으로 불리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효자 상품' 필라이트, 하이트진로 박태영 부사장 작품 박태영 부사장이 승진 후 처음 기획해 내놓은 야심작
하이트진로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필라이트'는 하이트진로의 박태영 부사장의 작품이다.
박태영 부사장은 하이트진로의 창업주인 고(故) 박경복 회장의 손자이자 박문덕 회장의 장남이다.
박 부사장은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대 경영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컨설팅 업체인 엔플렛폼에서 팀장으로 근무를 했다.
그리고 2012년부터 하이트진로에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2012년 상무로 경영에 발을 디딘 박 부사장은 8개월 만에 전무로 승진, 경영전략본부장을 맡았다.
3년 뒤인 2015년 말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그가 승진하기 전년인 2014년에 부친 박문덕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의사를 표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터라 박 부사장의 책임에 무게가 실렸다.
본인의 위치에 따른 무게를 생각해서 일까. 박 부사장은 승진 후 실적 부진에 빠진 하이트진로를 건져낼 묘책을 생각해냈다. 바로 '발포주'였다.
한국 또한 일본 못지않게 장기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가성비'를 앞세운 발포주는 분명히 인기를 끌 것이란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하이트진로는 지난 2001년부터 일본에 발포주를 수출하고 있었기에 노하우는 충분했다.
출시 초기부터 '품절 대란' 야기 1년 3개월 만에 3억 캔 판매 돌파
그렇게 하이트진로는 2017년 4월 필라이트를 출시했다.
맛과 가격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박 부사장의 생각은 통했다. '대박'의 연속이었다.
출시 초기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품절 대란'이 일어났다. 인기는 꾸준히 이어졌고, 출시 1년 3개월 만에 3억 캔 판매 돌파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후 추시한 '필라이트 후레쉬'도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다. 지난 4월에 출시된 '필라이트 후레쉬' 또한 출시 72일 만에 3천만 캔 판매를 돌파했다. 1초에 5캔 판매된 셈이다. 그야말로 '메가히트'다.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은 매출로 직결된다. 12일 IB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5188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보다 5.4%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 또한 4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6% 증가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 부사장이 기획한 필라이트는 하이트진로 '구원투수' 박 부사장,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 계속해
실제 업계에서는 박 부사장이 생각한 필라이트 덕분에 하이트진로가 수렁에서 벗어났다는 평이다.
그간 하이트진로는 맥주사업부 실적 부진으로 허덕여왔다. '혼술'부터 술자리보다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게 트렌드까지.
'술 안 먹는 문화'가 자리매김하면서 주류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됐던 것.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입맥주의 공세로 난항에 빠졌던 하이트진로다.
그러나 박 부사장의 기획으로 출시된 필라이트가 실적 부진으로 허덕이던 하이트진로의 구원투수가 됐다. 수렁에 빠진 하이트진로를 꺼낸 것이다.
젊은 경영자답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회사에 활기를 돌게 만들 뿐만 아니라 주류 시장에까지 새바람을 일으킨 박태영 부사장.
박 부사장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저도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발 빠르게 반영해 기존보다 도수를 0.6도 낮춘 17.2도 소주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취향과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시도를 하며 주류 시장을 선도하는 박태영 부사장.
그가 주류 시장에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게 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