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손녀인 이부진(51)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46)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그리고 정유경(47)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이 세 명의 CEO가 엎치락뒤치락 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패션'과 '유통' 부문에서 정유경 사장이 사촌인 이서현·이부진 자매를 긴장케 하는 위협적인 몸집 불리기를 지속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분더샵' 프랑스 파리에 진출시킨 정유경, '에잇세컨즈'로 잠 못 이루는 이서현
먼저 최근 정유경 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 자체 편집숍 '분더샵'의 프리미엄 브랜드 '분더샵 콜렉션'이 세계 4대 패션도시인 프랑스 파리 봉마르셰 백화점에 정식 입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 사장은 분더샵을 이끌면서 2년 전 자체 프리미엄 브랜드 '분더샵 콜렉션'까지 선보이며 한층 더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9월에는 세계 패션 도시 뉴욕에 입성해 입점 첫 시즌에 계획 대비 20% 이상의 초과 실적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당시 분더샵 콜렉션은 같은 층에 입점한 셀린느, 끌로에 등 최고급 브랜드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서현 사장 또한 '구호'를 중심으로 매 시즌마다 뉴욕을 찾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꽤 주목할 만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 사장은 뉴욕뿐 아니라 세계 주요 패션 도시에 눈을 돌려 글로벌 패션계를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국내 시장이 문제다. 최근 3년 동안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속적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특히 이 사장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의 경우 7년 차 브랜드임에도 아직까지 국내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야심 차게 진출한 중국 시장에서도 사드 갈등이 겹치면서 적자를 냈다.
비슷한 나이대인데다가 초·중·고교를 함께 다닌 정 사장과 이 사장.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디자인을 전공한 것까지 똑 닮은 두 사람의 패션 경쟁에서 이 사장의 국내시장 제자리걸음이 유독 버거워 보인다는 평이다.
공격적으로 신세계 면세점 몸집 키우는 정유경, 따라잡힐까 두려운 이부진
패션에 이어 유통 부문에서도 정 사장은 이씨 자매를 위협하고 있다.
현재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신라면세점은 업계 2위. 롯데-신라-신세계로 이어지는 기존 순위에 아직까지 변동은 없지만 3위인 신세계가 쉼 없이 몸집을 불리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지난 2월 신세계는 롯데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반납한 향수·화장품과 탑승동을 묶은 DF1과 피혁·패션 사업권 DF5를 따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만년 1위일 것만 같던 롯데가 휘청거리는 틈을 신세계가 재빨리 파고든 것이다.
또한 정유경 사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 내에 신세계 면세점 강남점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강남시대'를 여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물론 롯데와 달리 신라는 아직 건재한 상황이지만, 신세계가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공격적인 행보로 시장을 종횡무진하는 정유경 사장이 패션와 유통에서 어디까지 영향력을 넓혀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