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최근 영화 '부산행2'가 더 징그러운 좀비로 돌아온다고 했을때 전작 팬들은 열광했다.
기괴한 움직임에 빠른 속도로 시선을 사로잡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다시 볼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핏줄이 불거진 무서운 좀비만 관심을 끌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도 않다.
인간적이다 못해 사랑의 힘으로 좀비가 원래 모습인 '진짜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영화 '웜바디스'도 적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한 술 더 떠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속 2차원 미소녀가 좀비라는 설정으로 작품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심지어 '좀비 사회학'의 저자인 일본의 SF, 문예평론가 후지타 나오야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까지 좀비라 주장한다.
저자는 좀비와 아이돌의 유사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혼란시키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둘째 미디어를 통해 감염되고 증식되며, 셋째 고유성을 잃은 '무리'를 만든다.
이러한 특징들이 아이돌과 좀비의 유사성을 저자가 주장하는 이유다.
퀭한 눈과 감염으로 이미 죽은 몸이라는 신체성이 배제되며 좀비를 논할 때 점차 '상징성'이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돌이 좀비의 후예라는 비유가 나오는 이유다.
상징화된 좀비는 현대 사회 현상에도 충분히 접목 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불편한 일들을 대입해보면 간단히 해결된다.
난민 불평등, 소득 양극화 등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를 단칼에 거절할 수 있다.
현실은 같은 사람으로서 소통의 여지가 있지만 좀비라고 하면 달라진다.
'좀비'는 물리면 감염되어 함께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리치는 것 밖에 도리가 없다.
간단명료한 진실 앞에 이제 잠시 주변을 둘러보면 좀비와 같은 취급을 받는 인간을 관리하는 사회가 도래한 것을 알 수 있다.
위에서 간단히 신체 변화에 따라 좀비의 상징성이 바뀌며 가져온 인식변화를 언급했지만 생각보다 책 내용은 보다 방대하다.
정치, 사회, 과학기술,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좀비의 변화에 대한 해석이 거의 400쪽 가까이 면밀히 분석돼 있다.
분류를 잘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접하는 논리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읽으면 읽을수록 곱씹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현대인들의 급속한 좀비화에도 불구하고 그 신체가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것은 그간 좀비로 살아왔던 삶을 '인간답게' 역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자 그 실체다.
믿음을 실천함으로써 우리는 좀비화에서 '인간화'를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