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소현 기자 =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간편 식품 '라면'. 우리네 입맛에 꼭 맞는 라면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은 누구일까.
최근 국내 최초로 라면을 개발한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이야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꿀꿀이죽 먹는 서민들을 위해 식량 문제 해결을 고민하다
지난 2014년 별세한 전 명예회장은 수백여 종의 라면 중에서도 가장 인기 많은 '원조' 삼양라면의 창시자다.
전쟁이 끝나고 10년도 안 됐을 당시, 서민들은 '꿀꿀이 죽'을 먹으며 말 그대로 목숨을 연명했다.
바닥에 굴러다니던 상한 음식을 모두 섞어 되직하게 끓여낸 5원짜리 꿀꿀이죽. 이것 하나도 사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 명예회장은 남대문 시장에서 배곯는 서민들이 꿀꿀이 죽을 먹는 광경을 보고 식량문제 해결에 나서야겠다고 다짐했다.
일본까지 건너가 제조기술을 배워온 전 명예회장의 열정
그는 번뜩 과거 일본에서 라면을 먹었던 경험을 떠올렸다. 밀가루 가락 반죽을 튀겨낸 라면은 맛있으면서도 조리가 간단해 보였다.
즉시 일본의 묘조식품을 찾아간 전 명예회장은 한 달가량 출근해 라면 제조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했다.
뜬금없이 공장에 찾아와 라면 제조법을 가르쳐달라며 일하는 한국인 사내에게 쉬이 비법을 전수해주기는 어려웠을 터.
그러나 묘조식품은 전 명예회장의 열정에 감명받아 그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배합 비율을 알려줬다.
이윽고 1961년 기쁜 마음으로 삼양식품을 창업한 전 회장은 정부 관련 부처를 설득해 어렵게 5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지난 1963년 비로소 삼양라면이 출시됐다.
이때 삼양라면의 가격은 10원. 꿀꿀이죽 2개 정도 가격으로 가난한 서민들이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전 명예회장의 배려였다.
이후 삼양라면은 지난 1969년 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라면을 수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까지 세계 60여 개국에 삼양라면을 수출함으로써 세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길거리 지나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만들어진 불닭볶음면, 삼양라면과 닮았다
최근 글로벌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 중인 불닭볶음면은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인 김정수 사장의 발상에서 나왔다.
명동 거리를 지나던 김 사장은 매운 찜닭 가게에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기똥차게 매운 라면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 삼양식품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2,493억, 영업 이익 310억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길을 지나는 서민들의 발걸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은 전 명예회장이 처음 라면을 만들었을 때와 일맥상통한다.
결국 당대 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맛을 즐기는지 언제나 탐구하고 노력하는 삼양의 정신이 통한 셈. 삼양식품이 이 기세를 이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