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1년에 단 하루, 합법적인 살인이 가능하다면?
누구에게나 밉고 싫은 상대는 존재한다. 나아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는 존재가 있는 사람들도 있다.
복수, 증오, 폭력, 광기를 억누르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법이다. 법에서는 그러한 행위를 '불법'으로 정하고 있다.
범죄니까,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 사회에서 배제되니까. 인간 또한 동물이니만큼 내재돼 있는 잔혹한 본성을 사회의 규제로 억누르고 사는 것이다.
그런데 범죄가 범죄가 아닌 날이 있다면 어떨까. "지금부터 12시간, 살인은 물론 어떤 범죄도 허용됩니다" 1년에 단 하루, 살인과 강간 등 모든 범죄가 합법화된다면 그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영화 '더 퍼지'는 이같은 상상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다.
2022년 가까운 미래의 미국. 실업률과 범죄율이 항상 1% 이하로 유지되며 경제는 계속 성장하는 지상낙원이다. 그 이유를 전문가들은 1년에 한 번 있는 '퍼지 데이' 덕분이라고 말한다.
퍼지 데이는 경찰, 소방서를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이 업무를 중단하고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숙청의 날이다. 실제 영어 단어 '퍼지(Purge)'는 '숙청'을 뜻한다.
영화 속 세상에서는 1년 중 단 하루에 모든 폭력성을 발산하게 해 쌓였던 불만과 스트레스를 합법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이유로 퍼지 데이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또 시민들끼리의 합법적인 대량살인을 통해 효율적인 인구조절도 가능하고, 여성이나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솎아내기'도 쉬워 복지 비용 등 이들에게 드는 사회적 비용을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매년 3월 21일, 퍼지 데이. 사이렌이 울리면 오직 폭력과 잔혹한 본능만이 난무하는 끔찍한 살인 축제가 시작된다.
이날을 이용하면 사적인 복수를 감행할 수 있다. 복수할 대상이 없어도 분노와 잔혹성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다. 동시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도망도 다녀야 한다.
1년 중 단 하루, 법이 사라지는 12시간. 당신이라면 피의 축제에 동참하겠는가. 당신이라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지난 2013년 첫 편을 개봉한 이후 '더 퍼지'는 인기에 힘입어 꾸준히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다.
올해 개봉한 프리퀄 '더 퍼스트 퍼지'를 포함해 지금까지 4편의 영화가 나왔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일반적인 시리즈물과는 달리 '더 퍼지'의 경우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재미있다는 평이다.
극한을 달리는 상황에서 영화 속 인물들은 천태만상의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궁금하다면 직접 감상해보자. 참고로 '더 퍼지' 시리즈 대부분은 청소년 관람불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