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추석 전날인 23일 의무 휴업, 대형마트 망하라는 소리인가요?"

인사이트사진 = 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은 유통 업계의 최고 대목으로 꼽힌다.


대형마트, 백화점, 마트 연계 온라인몰, 기업형 중소 슈퍼마켓, 재래시장 할 것 없이 많은 소비자들이 찾아와 지갑을 열기 때문.


하지만 올해 추석은 대형마트에게 있어 '최악의 추석'으로 기억될 듯하다.


추석(24일) 전날인 23일 일요일에 '의무 휴업 규정'으로 인해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과 소비자들은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407개 점포 중 277개 점포가 휴업…"추석 특수 불가능"


인사이트사진 = 고대현 기자 daehyun@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가 운영하는 전국 406개 점포 중 23일 휴업하는 점포는 279개에 달한다.


세부별로는 이마트 143개 점포 중 93곳, 홈플러스 141개 점포 중 102곳, 롯데마트 122개 점포 중 84곳이 휴업한다.


이 점포들이 연중 최대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추석 전날에 문을 닫는 것은 의무 휴업 규정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은 지역 마트와 기초자치단체가 협의해 공휴일 중 월 2회 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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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초자치단체, 유통 회사, 전통 시장 상인회 등 이해 관계자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 일요일 대신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휴업하는 대형마트가 있는 이유다.


그러나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 등 5개 대도시 대형마트들은 거의 대부분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의무 휴업일로 정해 이를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5개 대도시 대형마트들은 9월 넷째 일요일인 23일에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장보기 대목'인 추석 전날에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과 대형마트에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평소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나오는 '명절 특수 수익'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있는데, 의무 휴업 규정으로 인해 추석 특수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추석 전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마케팅 역량을 쏟아 붓고 있지만 실적 부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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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더 불편하다"…의무 휴업에 반발하는 주부들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정은 소비자들에게도 큰 불편을 끼치고 있다.


특히 23일 의무 휴업이 '융통성' 없이 그대로 지켜지면서 추석 장보기에 나서야 하는 소비자들은 '장보기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대구에 사는 주부 J씨는 "23일에 대형마트들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 금요일과 토요일에 사람이 몰릴 것이 분명하다. 말 그대로 전쟁터가 되는 것이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일요일에 대형마트들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시장에 가는 건 또 아니다. 왜 이런 규정이 있는지 모르겠다.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다"면서 "시장 상인 보호하자고 쓸데없는 규정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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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반응은 소비자들, 특히 주부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올 정도.


이런 반응에 업계는 명절에 한해 대형마트의 영업을 허용해주거나 휴업일을 변경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편, 내수 부진을 감안해서라도 의무 휴업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공산품과 선물 세트 수요가 마트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만큼 23일 의무 휴업은 소비자들과 대형마트 그리고 납품 업체들에게 큰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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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내 대형마트들은 의무 휴업과 최저 임금 상승, 온라인 쇼핑의 성장 등으로 인해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2분기 실적이 악화되면서 일각에서는 대형마트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들은 비효율 점포 정리 및 전문점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며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너무 많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