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8·27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듯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아파트 매매값이 한 주 사이에 0.57% 오르면 올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연초 대비 무려 12% 넘게 오르면서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오른 가격을 8개월 만에 단숨에 뛰어넘었다.
3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57% 상승해 연중 최고 상승률을 찍었다.
이는 지난 2월 첫째 주(0.57%)에 이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서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7일 8·27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서울 종로·동대문·동작·중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며 서울 내 과반인 15곳을 투기지역으로 분류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도 지난 26일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을 무기한 보류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이마저도 이미 무섭게 오른 부동산 기대 심리를 잡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이번 집계가 25~30일 아파트 매매값 동향을 분석한 것이어서 이번주 정부의 정책 관련 효과가 일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폭을 살펴보면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과열 양상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자치구별로는 성북(0.91%)과 양천(0.90%)이 1% 가까이 올랐는데 이들 지역 모두 경전철 조기 착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매물이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 ▲은평 0.88% ▲강동 0.76% ▲중구 0.76% ▲중랑 0.74% ▲동대문 0.71% 등도 큰 폭으로 상승해 아파트 가격 상승이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방위적인 현상으로 파악됐다.
특히 가장 뜨거운 지역으로 꼽혔던 용산과 영등포 역시 각각 0.54%, 0.53% 상승하며 전주 0.44%, 0.29% 대비 오름 폭이 커졌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치솟는 집값을 잡고자 서울시는 마스터플랜을 보류하고 정부는 추가 후속 대책을 시사했지만 주택시장은 대체로 반응이 덤덤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추격 매수세가 다소 주춤해질 수 있겠지만 매물 잠김 현상이 계속되는 데다 하반기 인기지역 분양도 예정돼 집값 상승세를 꺾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8·27 부동산 대책이 나왔는데도 아파트 거래 신고가 행진이 이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마포구 성산시영 대우아파트 전용면적 50㎡는 지난 28일 6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아파트가 6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달까지만 해도 5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한달새 10% 가까이 껑충 뛰었다.
또한 서울 강남 지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는 평당 1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등장해 당국이 실태 조사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