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모바일 쇼핑을 좀 해봤다는 여성이라면 '지그재그' 앱을 한 번쯤 사용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스타일난다, 임블리 등 인기 쇼핑몰의 옷들을 한방에 구경 및 구매할 수 있는 여성 쇼핑몰 모음 앱 '지그재그'는 최근 1,2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수많은 옷들을 인기순, 연령별, 스타일별로 분류해 빠르고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만든 '신박한' 쇼핑 플랫폼.
여성들은 옷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 앱에 대해 '무심코 접속해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마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그재그에서 지난해 판매된 거래액은 무려 3,500억원에 달한다. 3천개 이상의 쇼핑몰이 입점해 있으며, 현재까지 약 580만개의 상품이 누적 등록됐다. 매일 1만여개의 새로운 상품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의 서정훈 대표는 이 인기 앱을 만드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회상한다.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2004년 한 IT 개발 업체에 입사해 일했다. 당시 스타트업의 너무나도 가파른 성장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면서 벤처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2008년 몸담고 있던 개발 업체 자회사의 대표를 맡아 누적 매출액 100억원을 달성했을 땐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창업을 결심한 그는 2012년 크로키닷컴을 만들었다.
마음 맞는 이들과 의기투합해 스포츠 커뮤니티 앱, 영어사전 앱 등을 만들어봤지만 처음엔 이렇다 할 흥행을 기록하지 못했다.
특히 창업 3년째인 2014년은 마치 고장난 나침반 같았다. 6명의 팀원이 머리를 맞대고 계속 아이디어를 짜내봐도 별다른 서비스가 구현되지 않는 난항이 계속됐다.
결국 그 다음 해에는 팀원들이 줄줄이 떠나고 윤상민 최고기술책임자와 서 대표, 둘만 남았다. 이대로 포기할까 싶었지만 이때까지 걸어온 길이 너무 아까웠다.
세계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원대한 욕심을 버리고 좀 더 국내 소비자의 니즈에 주목해 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동대문 시장에 가서 그는 비로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열정 넘치는 새벽시장의 에너지에 매료된 것이다. 패션 플랫폼에서 답을 찾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그러다가 모바일로도 쇼핑몰 '북마크'가 되는 앱을 만들면 되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수만 가지 옷을 쭉 둘러본 뒤 마음에 드는 것들을 담아 놓고, 이후에 그중에서 비교해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면 답이 나올 것 같았다.
2016년 초 알토스벤처스에서 30억원을 투자 받으며 가능성을 알린 지그재그는 '모바일 쇼핑이 가장 편한 앱'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빠르게 성장했다.
그렇지만 지그재그에게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사용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마땅히 매출을 낼 기반이 없다는 점이었다.
2016년 입점 쇼핑몰에게서 10%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하자 절반 가량이 그대로 이탈했고, 선택 폭이 좁아지니 이용자는 이용자대로 불만을 표했다. 결국 2주만에 눈물을 머금고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서 대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지그재그에 입점한 쇼핑몰들이 앱 메인 검색창에 사용자 취향에 맞춘 유료 광고를 연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쇼핑몰은 자사의 옷을 좋아할 만한 소비자에게 맞춤광고를 보내고 소비자는 자신의 원하는 상품을 추천받으니 '윈윈'이었다. 개인화 광고가 안정화되면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서 대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최근 앱 내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면 쇼핑몰 페이지까지 옮겨갈 것 없이 지그재그 안에서 결제까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해외 시장 진출도 노린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일본을 비롯해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지그재그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 쇼핑의 신세계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국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이제는 해외 시장까지 목표로 삼는 서 대표.
직원들이 모두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설 때에도 '뚝심'으로 자신만의 경영을 밀고 나간 그가 모바일 쇼핑 플랫폼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