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고졸 영업사원으로 '초코파이' 팔다가 베트남서 대박 내 사장까지 된 오리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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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오리온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고졸 영업사원 출신으로 사장 자리까지 올라 '살아있는 고졸 신화'라고 불리는 인물이 있다. 


학연도, 지연도, 혈연도 없었지만 풍부한 영업 경험을 바탕으로 오리온의 수장이 된 이경재 사장의 이야기다. 


1959년생인 이 사장은 1977년 배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83년 오리온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2000년까지 20년 가까이 영업관리 및 기획, 사업부장 등을 맡아 일하면서 단단한 내공을 쌓았다. 


2001년부터 영업부문장을 역임하다가 2007년, 드디어 그의 능력을 입증받을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베트남 법인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인사이트(좌) 이경재 오리온 대표이사 / 사진 제공 =오리온 


그는 베트남에서 법인장을 맡자마자 첫해 매출액을 2배로 훌쩍 늘렸다. 2010년에는 매출 100억원을 넘겼고, 한국법인 대표로 선임되기 전인 2014년까지 무려 1500억원 대로 늘어나는 '신의 손' 기질을 보였다. 


이 사장은 당시 고작 10여명 남짓이던 오리온 베트남 법인 영업사원을 2천여명으로 늘리고 사원들과 함께 현지 매장을 직접 찾아가 청소와 걸레질 등 궂은 일을 도왔다. 


이들의 열정 어린 모습에 마음을 연 베트남의 점주들이 오리온 초코파이를 자신의 매장에 들여놓기 시작했고, 초코파이는 베트남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며 '국민 과자'가 됐다. 심지어 베트남 사람들의 제사상에도 초코파이가 올라갈 정도로 대중화가 이뤄졌다. 


한국의 '情'을 베트남에 전파해 매출 대박을 이뤄낸 이 사장은 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2015년 다시 한국으로 부름을 받았다. 오리온 한국법인장을 거친 뒤 지난해 9월 오리온 대표로 선임됐다. 


인사이트오리온 초코파이 CF


물론 승승장구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사장 자리에 앉은 뒤 뜻하지 않은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가 불어닥쳤다. 


전체 매출의 반 가량을 차지하던 중국 법인 매출이 뚝 떨어지면서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사상 초유의 적자를 기록해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사장은 20년 넘게 현장에서 익힌 영업 노하우와 특유의 뚝심을 기반으로 끈질긴 마케팅 전략을 시도했고, 사드 보복도 서서히 철회 국면을 맞이하면서 하반기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사장이 이끄는 오리온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5,163억원. 영업 이익은 936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식품사업부문 매출액이 13.7%, 영업이익은 무려 133.1%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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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 법인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25.3% 성장해 사드 보복의 여파를 완전히 극복하고 실적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고 분석된다. 


베트남 역시 여전한 효자 나라다. 베트남 법인은 18.2% 성장했는데 전체 매출액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초코파이에 더해 새로 나온 '초코파이 다크'까지 히트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한 '고래밥'까지 인기를 끌면서 비스킷류 역시 53%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한국법인은 스테디셀러 초코파이에 더불어 꼬북칩과 후레쉬베리 봄 한정판 등이 흥행하면서 5.7%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 사장은 올해 2분기 국민들의 뜨거운 요청으로 재출시 된 '태양의 맛 썬'으로 스낵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초코파이 전문 매장 '초코파이 하우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스낵과 디저트 시장을 모두 공략할 예정이다. 


오리온은 또한 '마켓오 네이처'를 론칭하고 최근 그 첫 제품인 '오!그래놀라'와 '오!그래놀라바'를 출시하면서 간편 대용식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오리온


베트남에 초코파이를 전파해 오리온의 해외 시장 호조를 이끌고 이제는 국내외 디저트와 간편 대용식 시장 공략까지 넘보는 도전가 이경재 사장. 


그 어떠한 '백'도 없이 국내 유수의 제과업체를 이끌게 된 그가 앞으로 얼마큼 더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