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지난 2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20주기 추모 행사가 열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등 가족들과 SK 전현직 임직원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얼굴이 있었다.
바로 최 선대회장의 '막내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다.
평소 대중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최기원 이사장은 재벌가 중에서도 유독 언론 노출을 꺼리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최기원 이사장에 대해서는 세간에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과거 SK 계열사였던 선경정보시스템에서 차장으로 근무했던 평사원 김준일 씨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것 정도가 이슈가 됐었다.
다수 매체에 따르면 당시 최 이사장의 결혼은 오빠인 최 회장의 중매로 성사됐다고 전해진다. 최 회장이 선경마그네틱 기획부장으로 있던 시절 김씨를 눈여겨보다가 하나뿐인 여동생에게 소개해줬다고 한다. 그렇지만 2005년 이들은 백년가약을 깨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이후 다시 '은둔형 재벌'로 돌아간 최 이사장은 2009년 SK행복나눔재단의 3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한 번 더 주목을 받았다.
SK행복나눔재단은 SK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재단으로, SK 계열사 별로 출자된 자금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일례로 결식 아동의 끼니 해결에 일조하는 '행복도시락'을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을 돕는 등 사회 곳곳의 소외된 이들을 살피는 활동을 이어가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SK행복나눔재단은 지난해 '2017 사회적기업육성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당시 최 이사장은 붉은색 블라우스에 흰색 재킷을 입고 시상식에 참석해 "우리나라의 사회 혁신가와 사회적 기업 생태계 발전에 행복나눔재단이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최 이사장은 앞으로도 사회공헌활동에만 전념할 뿐 그룹 경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점쳐지는 상황.
이번 최 선대회장의 20주기 기념식을 제외하고는 SK그룹과 관련한 큰 행사가 있을 시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SK행복나눔재단 내에서도 뒤에서 든든한 서포터가 되어줄 뿐 전면에 나서지는 않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SK행복나눔재단 관계자는 인사이트에 "SK행복나눔재단이 SK그룹 계열이긴 하지만 그룹과의 연관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자체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타의 대기업 오너 가족들과는 달리 굳이 'SK그룹의 막내딸', '최태원 회장 여동생' 등으로 불리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다.
SK그룹이나 최태원 회장과의 관계에 굳이 중점을 두지 않고, 경영은 오빠에게 맡긴 채 자신은 조용히 사회공헌활동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SK행복나눔재단에서 최태원 회장은 이름을 알아도 부를 수 없는 볼드모트 같은 존재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그렇지만 아무리 노출을 꺼린다고 해도 최 이사장은 대중의 관심을 받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존재다. 그는 한국 재계 여성 부호 '톱5' 안에 드는 '슈퍼리치'이기 때문이다.
최 이사장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 홍라희 전 라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다음으로 많은 재산을 가진 재벌로 꼽힌다.
미국 포브스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 이사장의 재산 규모는 약 1조 6천억 정도다.
전형적인 '은둔형 재벌'이 되길 추구하는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과 그를 궁금해하는 재계 및 대중의 관심 속에 오늘도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