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혜 기자 = 20살까지 피자 한 번 먹어본 적 없던 '흙수저' 형제는 함께 '피자가게'를 열었고 연매출 1,300억원을 올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올해로 13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토종 수제피자 브랜드 '피자 알볼로'를 설립한 이재욱, 이재원 형제 얘기다.
이재욱, 이재원 형제는 그야말로 '흙수저'의 대변인들이다. 어릴적 시골에 살았던 두 형제는 '피자'라는 음식도 20대가 되어서야 처음 먹어봤다고 한다.
청년이 된 이들 형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요리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형인 이재욱 대표이사는 '취사병' 출신이다. 간부식당서 근무하던 그가 만든 요리를 다들 맛있다고 칭찬하자 그때부터 그는 비로소 요리하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전역 후에 '조리학과'에 편입했다. 세종대 조리학과를 졸업한 후에 그는 각종 레스토랑과 식품 회사에서 일했다.
동생 이재원 부사장은 20대 시절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에 진학해 호텔조리학과를 전공하긴 했지만 대학에는 거의 가지 않았고 곧바로 프랜차이즈 피자가게에 취직했다.
이후 이재원 부사장은 실력을 인정 받아 TV에도 출연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들의 시기로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방식은 달랐지만 모두 '피자의 세계'에 입문하게된 이들 형제는 이후 피자의 매력에 푹 빠져 살았다.
좋은 음식이 마냥 가볍게 인식되고 저평가되는 것이 안타까웠던 형제는 '100년가는 맛있는 피자집'을 차리겠다는 꿈을 항상 마음 한켠에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2005년 어느 날 형은 동생을 불러 '피자가게'를 열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당시 식품 회사에 다니고 있던 이재욱 대표이사는 회사 안팎의 모습을 보며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망설이던 동생은 '난 네가 만든 피자가 제일 맛있더라'는 형의 말에 제안을 수락했다.
행동력이 뛰어났던 형은 바로 다음날 사업자 등록을 하고 아버지가 주신 돈 2,500만원으로 목동에 6평 남짓한 가게를 얻었다.
2,500만원의 창업자금은 사실 당시 형제의 아버지가 물 새는 지하에 살고 있던 형제를 안쓰럽게 생각해 전세자금으로 쓰라고 준 돈이었다.
직장 그만두신 아버지가 어려운 형편에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돈을 넘겨주셨으니 형제는 더욱 절실할 수 밖에 없었다.
창업의 길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하루에 고작 피자 한두 판을 파는 날들도 많았다.
더군다나 국내 피자 시장은 지난 20년 가까이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 피자헛 등 빅3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형제는 더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마음으로 한달에 1만원도 쓰지 않고 생활했다. 이 같은 생활은 어릴 때부터 안 쓰고 사는 데 이골이 난 '흙수저' 출신 형제에겐 익숙한 일이었다.
처음엔 작은 가게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과 걱정을 보냈고 아무도 형제가 성공할거라고 믿지 못했다. 그러나 형제는 늘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한 번 먹은 다음부터 일주일에 3, 4번씩도 오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에서 형제는 희망을 보았다. 형제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던 3개월 후 어느 날 형 이재욱 대표이사는 전단지를 붙이러 주변 아파트 단지에 갔다가 한 여성을 만나게 된다.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모습이 힘들어 보여 집까지 들어드린 그에게 여성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물었다.
피자가게를 운영중이라고 답하자 여성은 전단지를 달라고 말하며 여러장을 챙겨갔다.
알고 보니 이 여성은 아파트 '부녀회장'이었고 자신을 도와준 이재욱 대표이사를 위해 입소문을 내주려고 했던 것.
이 '신의 한수' 같은 사건 이후 아파트에서 '피자집 하는 착한 청년'으로 소문나면서 점점 피자 알볼로 배달 주문 건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형제는 '피자 알볼로'가 목동 맛집으로 등극하기까지 아파트 아주머니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몇 개월 뒤 주부들의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알려진 피자알볼로는 SBS방송 '맛대맛' 출연을 시작으로 생활의 달인 '피자최강달인' 선정 등 방송에만 20회 이상 출연하는 전국 맛집이 됐다.
연매출 1,300억원을 올리는 성공 CEO가 된 현재까지도 형제는 창업 초창기에 함께 수백번씩 밀가루 반죽을 버리고 하루에도 몇시간씩 소스를 끓여서 마침내 완성했을 때의 그 기쁨을 잊지 않고 있다.
왜 그렇게 재료를 많이 넣냐는 핀잔을 들었을 때에도 형제는 '퍼줘서 망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더욱더 푸짐하게 토핑을 올리곤 했다.
피자 알볼로는 장인정신을 고수하며 '자극적인 맛의 피자가 아닌 매 끼니를 먹어도 질리지 않는 피자',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정성 들여 요리한 피자', '신선하고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든피자'에 대한 원칙과 철학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맹점과의 상생과 협력을 추구하면서 창립부터 현재까지 13년간 폐점률 1% 미만을 기록해왔다.
지난 2017년에는 가맹사업본부와 가맹점의 동반성장에 대한 노력을 인정 받아 한국프랜차이즈대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형제의 아버지는 2년 전 위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눈을 감으시는 순간까지 '형제끼리 우애 잊지 마라'고 하셨던 아버지 말씀을 기억하며 형제는 '100년이 지나도 남을 수 있는 피자가게'를 향해 함께 달려나가고 있다.
형제는 '피자'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어린시절 '흙수저' 집안이었던 자신들이 해냈듯, 결국엔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
늘 열정과 진심을 담아 피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재욱 대표이사와 이재원 부사장.
이들 형제가 이끌고 있는 '피자 알볼로'가 대한민국 대표피자로서 더 크게 성장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