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10조원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기업들은 성장이 확연히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은행은 서민과 기업을 상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인 이자 장사로 나홀로 호황을 즐겼다.
은행이 이자 장사로 수조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가운데 KB국민과 신한, 우리, KEB하나, 한국씨티, 한국SC 등 6개 주요 은행원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평균 4,75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하반기에도 이와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해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국내 주요 6개 시중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6월) 중 직원들에게 가장 많은 급여를 지급한 시중은행은 평균 5,500만원의 한국씨티은행이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6개월 동안 직원들에게 평균 5천만원씩, KEB하나은행은 평균 4,500만원씩 각각 지급했다. 은행원들의 보수가 크게 오른 것은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행권이 '이자 장사'로 성장은 했지만 정작 중요한 일자리는 줄였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하반기에 2,100명 대규모 공채를 실시하지만 상반기 '채용비리'가 터져나온 터라 불신을 지울 수 없는 상황.
돈 놀이 '이자 장사'로 10조원을 번 국내 시중 은행들이 저지른 충격적인 채용비리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동안의 채용 비리 사건들을 정리해봤다.
1. SKY 출신 뽑으려고 타대학 출신 합격자 '면접 점수' 깎아 탈락시킨 하나은행
지난 2월 KEB하나은행이 SKY 출신 지원자를 뽑기 위해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들의 점수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구체적인 자료가 공개돼 충격을 줬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하나은행 '2016년 신입행원 채용 임원면접 점수 조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특혜채용을 통해 지원자 14명의 합격 당락을 뒤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위스콘신대 등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의 임원 면접 점수를 올리는 대신 수도권의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 점수는 내린 것이다.
KEB하나은행 측은 이와 관련해 "채용비리 사실이 없으며 특혜채용 청탁자도 없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금융권 취준생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2. 서류도 통과 못한 '금수저' 뽑으려 이미 합격한 지원자 탈락시킨 우리은행
지난 2월 이번엔 우리은행이 고위공직자나 VIP 고객에게 청탁을 받고 이들의 자녀, 친인척 등을 채용한사실이 드러났다. 이른바 '금수저 리스트'를 관리한 것이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는 우리은행 이광구 전 은행장과 남모 전 국내부문장, 현직 인사담당 임직원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광구 전 은행장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입사원 공채에서 1차면접 불합격권에 있던 지원자 37명을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합격시킨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실제로 서류전형, 1차 면접까지 통과한 지원자 37명 중 31명은 임원 면접을 거쳐 최종합격됐다. 이광구 전 은행장은 검찰 조사에서 "은행을 위한 일이었다"고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분노를 안겼다.
3. "여자 많으면 안돼!"…남성 직원 더 뽑으려 점수 조작한 국민은행
지난 3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종오)는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남성 지원자의 점수를 올려준 KB국민은행 인사팀장 오모 씨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여성 지원자보다 남성 지원자를 더 뽑으려 서류 전형에서 특별한 사유 없이 남성 지원자에게만 가산점을 준 것이다.
KB국민은행의 점수 조작은 2015년 상반기 채용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인사팀장 오씨는 특별한 사유 없이 남성 지원자 100여명의 점수를 올렸고 점수가 낮아진 여성 지원자는 서류 전형에서 탈락해야만 했다.
당시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전체 직원 비율은 남성 51%, 여성 49%로 남녀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채용에 있어 남녀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4. "또 채용비리가..." 서류 통과도 안되는 임직원 자녀 최종 합격시킨 신한은행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캐피탈, 신한생명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진행한 채용비리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이 밝힌 채용비리 검사 결과에 따르면 총 22건의 특혜채용 정황을 발견됐다. 신한은행은 12건으로 가장 많이 적발됐고 신한카드 4건, 신한생명 6건 순이었다.
채용비리가 가장 많이 적발된 신한은행의 경우 전직 금융지주 최고경영진 관련인, 지방 언론사 주주 자녀, 전직 고위관료 조카 등이 서류심사 탈락 혹은 실무면접 최하위 등급을 받았으나 최종합격했다.
신한은행 임직원 자녀도 서류심사 기준에 미달이거나 실무면접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통과한 것으로 드러나 취준생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5. 부행장 자녀와 이름 같은 지원자 발견하고 점수 조작해 합격시킨 국민은행
지난 6월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김우현 검사장)는 시중은행 6개 채용비리를 수사한 결과 12명을 구속하고 26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합격자가 어이없는 이유로 돌연 탈락되는 사례가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다름아니라 부행장 자녀와 이름, 생년월일이 같은 여성 지원자를 발견한 KB국민은행 채용팀장이 고의로 점수를 조작해 중간 전형에서 합격시킨 것이다.
하지만 부행장 자녀는 여자가 아닌 남자였고 당시 군 복무 중임이 뒤늦게 확인돼 채용팀장은 해당 지원자를 면접에서 탈락 처리했다. '내부자 배려' 관행이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