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잊을 만하면 재벌가 오너들이 갑질과 비리를 저질러 전국민을 분노케 했다.
누구보다 신중하게 행동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에 앞장서야 할 이들이 '오너리스크'의 주인공이 되면 대중은 실망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재벌가 오너들이 혀를 내두를만한 갑질을 일삼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금세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는 것이다.
한동안 못 볼 줄 알았는데 여론이 잠잠해진 틈을 타 은근슬쩍 한자리를 꿰찬 재벌들을 모아봤다.
1.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4년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땅콩회항' 사건의 주인공이다.
그는 대한항공 여객기 안에서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으면서 항공기 항로를 변경하고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은 업무방해죄 등으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났다.
그러다 올해 3월 한진그룹 계열사인 칼호텔 사장으로 슬쩍 복귀해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은 오랫동안 한진그룹 관련 국내외 호텔을 경영해온 풍부한 경험이 있어 호텔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될 예정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이것도 잠시, 조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물벼락 갑질' 파문의 주인공이 되면서 자매가 나란히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어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까지 줄줄이 갑질과 비리 논란으로 검찰에 소환돼 현재 총수 일가 전체가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다.
2. 박정빈 신원그룹 부회장
베스띠벨리, 씨, 비키 등을 취급하는 의류 전문 기업 신원그룹의 박정빈 부회장은 2016년 회삿돈 7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박 부회장은 실형을 살다가 만기 6개월을 남겨놓은 지난 4월 30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형기가 끝나는 다음 달 25일까지는 여전히 보호 관찰대상이지만 그는 재빨리 경영에 복귀해 부재 기간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비리 경영인'으로 낙인찍혀 자숙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다시 부회장 자리를 꿰찬 박 부회장에 대해 신원그룹은 '실적'을 이유로 댔다.
박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로 신원그룹의 실적 저하 폭이 커지면서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신원그룹 측 관계자는 또한 "가석방 의미 자체가 사회에 나가서 더욱 열심히 지내라는 것"이라며 "검토한 결과 법률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에 복귀한 박 부회장은 현재 급여를 받지 않고 일하면서 현장 중심의 경험을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3.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2016년 이른바 '운전기사 갑질'로 논란을 빚었다.
그는 2014~2015년 사이 자신의 수행 운전기사 2명을 수차례 때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부회장의 전직 운전기사 A씨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평소 운전기사들에게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특별한 사정이 있다기보다는 운전기사와 눈을 마주치기 싫다는 황당한 이유에서 비롯된 갑질로 밝혀져 대중의 공분을 샀다.
이 부회장은 또한 운전기사의 뒤통수나 어깨를 가격하는 상습 폭행과 함께 "야, 이 쓰레기야" 등의 폭언도 일삼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이 부회장에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하는 데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부회장은 현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상태지만 등기이사 신분으로 경영에는 계속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