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첫사랑은 찬란할 정도로 아름답다. 그렇지만 진짜 아프다.
둘 다 맞다. 대부분 첫사랑과 이뤄지지 않았거나, 이뤄졌다 하더라도 빨리 이별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첫 연애라 '좋아하는' 마음만 컸을 뿐, 우린 상대를 배려하고 아껴주는 기술이 부족했다.
서툴고 '찌질'했던 우리의 모습. '이불킥'할 정도로 부끄러운 흑역사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가장 순수했던 순간이라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처럼 계산 없이 순수하기만 했던 아련한 첫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로맨스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박보영, 김영광 주연의 영화 '너의 결혼식'(이석근 감독)이다.
'너의 결혼식'은 오직 승희(박보영 분)만을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우연(김영광 분)과 '3초의 운명'을 믿는 승희의 '다사다난'한 10여 년 연애사를 그린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우연은 전학 온 승희를 보고 첫눈에 반해 졸졸 따라다닌다. 그는 승희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키다리 아저씨'처럼 도와주는 등 거침없이 '직진'하며 주위 사람들까지 설레게 한다.
우연은 모범생인 승희와 같은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코피까지 흘리며 공부한다.
하지만 하늘이 무심하게도 그가 공부에 매진할 동안 승희에게는 다른 남자가 생긴다.
"나 (똑똑하고 잘생기고 돈 많고 운동까지 잘하는) 남자친구 생겼다. 서로 불편해지지 말자"라는 승희의 철벽. 우연은 승희 앞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뒤에서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다행히 나중에 우연에게도 기회가 오지만, 두 사람의 연애는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배처럼 순탄치 않다.
이 영화의 첫 번째 매력은 첫사랑을 아른아른 떠오르게 만들 정도로 '현실적'이라는 데 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대학생, 취업 준비생, 사회 초년생에 이르기까지 무려 10여 년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승희와 우연의 모습은 우리의 연애와 매우 비슷하다.
첫눈에 반해 죽어라 쫓아다녔어도, 어느새 익숙해져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연애. 사실 우리도 승희와 우연처럼 그렇게 연애를 하고 있다.
대학 입시와 취업, 꿈, 가정사, 돈 등 상대방 때문이 아닌 주위 환경 때문에 갈등을 겪는 것도 너무 현실적이라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대책 없이 아름답기만 한 멜로가 아니라 더욱 공감돼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다만 결말 역시 가슴 쓰릴 정도로 리얼해 달달하기만 한 영화를 기대했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이번 영화에서 박보영은 잘못한게 아무것도 없지만 '건축학개론'의 수지처럼 '나쁜X'(?)이 된다.
배우 박보영, 김영광의 비주얼과 케미에 합격점을 주고 싶다.
키 158cm인 박보영과 키 187cm인 김영광은 설레는 키 차이로 완벽한 투샷을 만들어 낸다. 동안 외모인 두 사람은 교복을 입는 10대부터 정장을 입는 30대까지 완벽 소화했다.
2012년 개봉한 영화 '늑대소년'으로 '국민 첫사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29살 박보영은 곧 30살이 되지만, '국민 첫사랑'이라는 타이틀을 무난히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
모델 출신인 김영광은 이번 영화로 인해 재주목 받을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빛나는 박보영보다 돋보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영광은 이번 영화에서 지극히 평범한 남학생을 연기하고도 관객을 울리고, 웃기며 '하드캐리'했다.
당신이 만약 20대 후반, 30대 초반이라면 더 집중해서 볼 수 있다.
해당 영화는 1987년생인 승희와 우연의 2005년부터 2018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처럼 오래된 물건은 볼수 없어도, 당시 유행했던 아이리버 MP3, 가로본능 휴대전화 등 추억의 소품을 만나볼 수 있어 매우 반가운 기분이 들 것이다.
'너의 결혼식'은 총 706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한국 로맨스 영화 1위를 기록한 '늑대소년'의 여자 주인공인 박보영의 멜로 복귀작이다.
이석근 감독은 '이제 로맨스 영화는 망한다'는 법칙을 박보영으로 다시 깨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2시간 동안 다시 첫사랑을 만나는 기분이 드는 이 영화. 솔직히 뻔하다는 것 말고 큰 단점은 없다.
이에 '신과함께=인과 연', '목격자', '공작', '마일22', '메가로돈' 등 화려한 대작 사이에서도 충분히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오후 7시 30분 기준 '너의 결혼식'이 '9.28'의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두 번 봐도 아깝지 않은 '인생' 로맨스 영화다", "'건축학개론'보다 훨씬 좋다", "8월에 본 영화 중 제일 재밌다" 등 호평을 받고 있다.
지금도 예매율 1위를 달리는 등 이목을 끌고 있으니 이번 주말 가족, 친구, 연인과 영화관 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다면 도전해도 후회하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