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가격 바가지 씌우면서 A/S 엉망인 다이슨, LG전자한테 밀렸다

인사이트(좌) LG전자, (우) Facebook 'Dyson Korea'


[인사이트] 김지혜 기자 = 스틱형 무선 청소기 열풍을 불러왔던 다이슨(Dyson)이 국내 청소기 시장에서 사실상 LG전자에게 1위 자리를 내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 조사 결과(1월 1일부터 8월 20일 기준)에 따르면 LG전자는 매출이 전년 대비 312% 증가하면서 청소기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다이슨은 85%의 증가율을 보이며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다이슨은 무선청소기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자랑했다.


그러나 LG전자가 핸드스틱형 청소기 '코드제로 A9'를 내놓은 뒤로는 영 힘을 못쓰는 분위기다. 90%를 자랑하던 다이슨의 시장 점유율은 최근 40%대까지 떨어지게 됐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LG전자


LG전자의 청소기 시장 진출 이후 다이슨의 점유율이 급속도로 떨어지자, 앞으로는 프리미엄인 'LG전자'와 중저가를 앞세운 '디베아'의 경쟁 구도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이를 견제하듯 다이슨은 LG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나섰다.


지난달 25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슨은 LG전자에 대해 'A9 무선청소기' 일부 표시·광고 문구가 허위, 과장으로 설명돼 있어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다이슨이 법원으로부터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받은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앞서 다이슨은 지난해 11월 '비행기의 제트엔진보다도 16배 더 빨리 회전하는 스마트 인버터 모터' 등의 문구를 문제삼아 LG전자의 '코드제로 A9'에 대해 광고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었다.


인사이트Facebook 'Dyson Korea'


재판부는 올해 4월 광고문구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 같은 소송을 두고 일각에서는 다이슨이 엉뚱한 곳에다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이슨은 최근 '한국'에서만 비싼 가격에 청소기를 판매하고 있다는 '가격 차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실제로 서울의 한 매장에서는 다이슨 'V10 앱솔루트'에 할인가를 적용해 89만 8천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반면 동일한 제품이 미국에서는 699.99달러(한화 약 79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할인가 아닌 정가임에도 국내보다 10만원 이상 저렴했던 것.


인사이트LG전자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다이슨은 이번 달 들어 청소기 소모품 가격을 40% 가량 기습적으로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사전 공지를 하지 않은 채 소모품에 대해 이 같은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폭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소모품이 없으면 제품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값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열악한 A/S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다이슨 국내 서비스 센터에 의뢰를 맡겨본 경험이 있는 일부 소비자들은 느린 부품 입고와 긴 대기 시간에 분통을 터뜨렸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다이슨


이에 대해 다이슨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다이슨은 전화를 통해 A/S 접수를 받고 불편 사항을 전달 받은 다음 필요할 경우 수리기사를 파견하는 등 다른 가전 업체와 똑같이 A/S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외국 회사다 보니 특히 작년에 A/S 대기 시간 관련해서는 고객들의 불편 사항이 많다는 것을 인지했다"며 "올해부터 그 부분을 대폭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특히 콜센터 응답 대기 시간이 길다는 민원이 많이 접수돼 올해부터는 그 부분이 내부적으로 많이 개선된 상태"라고 말했다.


부품 입고와 관련해서는 "다이슨 청소기의 수요가 많고 공급량이 많아지다 보니 발생하게 된 애로사항"이라며 "현재 부품 양을 많이 확보하려고 노력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다이슨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의 논란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듯하다"며 "비슷한 성능과 가격이라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기업 제품을 쓰려는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