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2018년 임금 및 단체 협약 협상(임단협)에서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부분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던 기아자동차 노조가 사측과의 9차 본 교섭에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 6월 21일 임단협에 돌입한 이후 2개월 만이다.
기아자동차 노사는 22일 소하리 공장 본관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8년 임단협 9차 본 교섭에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노사에 따르면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는 오는 27일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잠정 합의안에는 ▲기본급 4만 5천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250% 및 격려금 280만원 지급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난달 타결된 현대차 노사의 임금 협상에서 합의된 내용과 동일하다.
노사는 또 주요 쟁점이었던 상여금의 통상 임금 산입 요구는 논의 의제와 시한이 구체화한 뒤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4월 1일까지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종업원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종업원 삶의 질 향상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하는 등 종업원의 삶의 질 향상에도 중점을 뒀다.
기아차 노사가 잠정 합의안 도출에 성공하며 경영 위기 극복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노조'를 향한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회사 상황이 매우 어려운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사측 압박용으로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실제로 기아차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6,5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7,868억원) 16.3% 감소했다. 2009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며, 실적 악화의 원인은 'G2(미국·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미국의 수입 자동차에 고율 관세 부과 위협 등이다.
이처럼 회사 상황이 매우 안 좋은데 기아차 노조는 앞선 본 교섭에서 기본급 11만 6,276원(5.3%)을 인상하고, 영업이익의 30%를 인센티브(성과급)로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은 4만 3천원 올리고, 성과급 250% 및 일시 격려금 270만원(상품권 20만원 포함)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분명 기아차 노조의 요구는 '터무니없는' 요구였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2.5%'에 불과해 사실상 '좀비 기업(영업이익률이 3%에 못 미치는 기업)'으로 전락했는데, 이기적인 요구를 하면서 회사의 위기는 '나 몰라라'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측이 제시한 조건이 앞서 8년 만에 여름휴가 전 임단협 협상을 타결한 현대차 노사의 최종 합의안(기본급 4만 5천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및 격려금 250% 및 일시 격려금 28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과 비슷했다는 점에서 기아차 노조는 "정신 못 차렸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20일부터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는 점도 여론을 싸늘하게 만드는데 한몫했다.
물론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24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부분 파업을 하루 만에 유보하긴 했지만 "안 그래도 어려운 국내 자동차 산업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위기의식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파업을 밥 먹듯이 한다" 등의 지적이 잇따랐다.
심지어 기아차 노조의 억대급 연봉은 서민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기아차 노조는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평균 임금이 가장 높다. 지난해 기아차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9,300만원으로 업계 1위 현대차(9,200만원)보다 많았다.
그런데도 기아차 노조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기적인 요구를 했고, 부분 파업을 단행했다. 기아차 노조가 '귀족 노조'라고 불리는 이유다.
노조가 사측과 임금 협상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사측의 부당한 요구에 대항하기 위해 파업 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노조의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기아차 노조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불확실성, 회사의 경영 위기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제 배 불리기에 급급한 요구만 했고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부분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런 이유로 기아차 노조는 사측과 잠정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고는 하나 지적과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