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최근 '인천국제공항 T1 철수'라는 큰 아픔을 겪은 롯데면세점이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롯데면세점은 22일 호주 면세 업체 'JR DUTY FREE'와 호주·뉴질랜드 지점 5곳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호주 멜버른에 본사를 두고 있는 JR DUTY FREE는 오세아니아 7개 지점, 이스라엘 5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6,900억원을 기록했고, 이는 글로벌 기준 16위다.
롯데면세점이 인수한 지점은 호주 4개 지점(브리즈번 공항점·멜버른 시내점·다윈 공항점·캔버라 공항점), 뉴질랜드 1개 지점(웰링턴 공항점)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 업계로는 최초로 오세아니아 지역에 진출하며 해외 사업 영역을 넓히게 됐다.
롯데면세점은 세계 2위 면세점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3년까지 오세아니아 지역 최대 면세 사업자로 올라서겠다는 각오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일본 긴자와 간사이공항, 미국 괌공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시내, 태국 방콕 시내, 베트남 다낭공항, 나트랑깜란공항에 총 7개의 해외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상반기 공시에 따르면 롯데면세점 해외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신장하고 있어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에 청신호를 켰다.
롯데면세점 장선욱 대표이사는 "이번 인수 계약 체결은 롯데면세점이 아시아 권역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으로 향하는 발판"이라며 "향후 해외 사업을 다각도로 추진하여 글로벌 넘버원 면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롯데면세점은 오세아니아 지역을 발판 삼아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서는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 밀리는, 즉 국내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타개책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1위, 세계 2위 면세점인 롯데면세점은 최근 잇따른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인천국제공항 T1 면세 사업권 입찰에서 최고가를 써내고도 탈락했다. 롯데면세점 인천국제공항점이 연 매출 1조원 가량으로 소공점(약 3조원)에 이은 매출 2위 지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뼈아픈 탈락이었다.
물론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2조 7,009억원, 영업이익이 1,550억원을 기록하면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점, 인천국제공항 T1 면세 사업권 탈락으로 1조 4천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절약했다는 점에서 밝은 미래를 기대해볼 만하다.
하지만 이번에 철수한 인천국제공항지점의 합산 매출액이 약 8,700억원으로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14조 2천억원)의 약 6%에 해당, 국내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롯데면세점의 속을 쓰리게 한다.
업계 2위 신라면세점과 3위 신세계면세점의 매서운 추격도 롯데면세점을 긴장하게 만든다.
신라면세점의 올 상반기 매출은 2조699억원, 영업이익은 1,1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0.5%, 347.6% 증가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실적 개선과 홍콩 첵랍콕 공항 등 해외 사업이 본격 가동되면서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한 덕이다.
신세계면세점도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은 7,0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8.3%나 늘었고, 영업이익은 48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54억원 적자에서 큰 폭으로 신장했다.
여기에다가 지난달 18일 고속터미널역, 신세계백화점과 연계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오픈하고, 이달 1일부터 롯데면세점이 사업권을 반납한 인천국제공항 T1에서 면세점을 운영해 신세계면세점은 올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보여줄 전망이다.
이처럼 롯데면세점은 국내 시장 점유율이 하락(지난해 41.9%에서 35.9%까지 하락)하고 경쟁사의 고속 성장으로 국내 사업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해외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신장해 롯데면세점은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에 더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롯데면세점이 뛰어든 호주 면세 시장 규모은 2017년 기준 약 1.4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출국객이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 출국객은 연평균 20% 대의 신장률을 보이며 이는 호주 지역 면세 시장 진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