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성아 기자 = 국내 20여 개 브랜드를 운영하며 조 단위 연 매출을 이끌어낸 여성 CEO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사업형 지주법인이자 패션사업을 맡은 이랜드월드의 정수정 대표다.
정 대표는 지난 1991년 3월 고려대학교 가정교육학과에 입학한 후 응원동아리에 가입해 치어리더로 활동했다.
학업보다 치어리더 응원단에 더욱 적극적이던 그녀. 누구보다도 끼와 열정을 가득한 인물로 유명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한 후 그녀는 이랜드에 입사했다.
입사 후 정 대표는 숙녀복 브랜드 로엠의 부산 지역 영업 담당으로 배치됐는데 이 지역은 대리점주와 영업부 직원 간의 마찰이 끊이지 않아 회사는 소위 '억센' ROTC 출신의 남성 직원들만 보냈다.
당시 회사는 마치 정 대표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내기라도 한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산으로 내려간 정 대표는 이랜드그룹 대리점주와 영업부 직원 간의 마찰을 없앨 수 있었다.
정 대표 특유의 넘치는 끼와 감성으로 대리점주를 설득해 자연스럽게 불만이 사라졌다.
이후에도 정 대표는 남성들이 많은 업무 환경에서도 꿋꿋이 잘 버티며 남다른 열정으로 내부에서 인정을 받았다.
노력의 산물이었을까. 그녀는 입사한 지 7년 만에 이랜드월드 로엠 브랜드 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또 2008년에는 이랜드 차이나 로엠 브랜드장, 2013년 이랜드 차이나 글로벌 미쏘 브랜드장, 2014년 이랜드월드 글로벌 미쏘 BU 본부장을 했다.
조금씩 조금씩 경영전략과 노하우를 터득해나간 정 대표.
그녀는 중국 전역의 지사장들과 함께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2배 성장으로 내세웠다.
지사장들은 "불가능하다, 목표를 낮추자"며 막았지만 정 대표는 굴복하지 않았다.
정 대표는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이행했고, 1년 후 이랜드 차이나의 연 매출은 2배 이상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정 대표는 이랜드그룹 최초로 여성 CEO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대표직은 여러 사업 본부장들과 브랜드 책임자들을 이끌고 사업적으로는 굵직한 결단을 내리고 실행해야 한다.
당시 일각에서는 여성 리더가 대표 법인을 이끄는 것에 우려를 표했지만 정 대표는 얼마 후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며 대표로서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먼저 정 대표는 중소형 매장 위주로 운영되던 아동복 브랜드 9개를 이랜드리테일로 영업양수했다.
또 이랜드월드SPA 브랜드를 대형화하고 저수익 브랜드와 적자 매장을 철수했다.
그녀는 대대적인 사업부 개편과 경영시스템을 개선해 나갔다. 그 결과 이랜드 월드는 연 매출 1조 5천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률도 5%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자신이 대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이랜드 문화 덕분이라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정 대표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랜드가 운영하는 사업 70%가 여성에게 선택받는 서비스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원 대다수가 여성의 안목으로 사업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회사의 수익성 향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올해 기대치를 더 높게 잡았다.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스파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76억원에 달한다. 이 수치는 사상 최대치로, 전년 2분기보다 약 200%가량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 정 대표는 중화권 시장의 확대와 글로벌 이커머스와의 제휴를 통해 채널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스파오, 미쏘, 후아유 등의 SPA브랜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 예정이다.
남성 직원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의 길을 지속적으로 걸어간 정 대표.
뚜렷한 목표와 담대한 결정력이 있다면 그 어떤 업무 환경에서도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살아있는 증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