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혜 기자 = 건설 현장 등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일선 노동 현장에서는 해마다 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이 같은 사고를 두고 대기업의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人災)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결국 늘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기업 쪽에서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로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말이다.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업체 차원에서 주의사항, 경고, 작업 전 교육 등을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만성적인 안전 불감증 탓에 사고는 이미 돌이킬 수도 없이 벌어졌고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평생 그리워 하면서 살게 됐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가슴 아프지만 이 같은 안전사고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전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대기업이 일으킨 무개념 안전사고 4가지를 정리해봤다.
1. 2015년 SK하이닉스 근로자 질식사고
지난 2015년 4월 30일 경기도 이천 소재 SK하이닉스 내 신축 반도체공장 유기화학물질 연소실 내부를 점검하던 근로자 3명이 질식 사고로 사망했다.
사고는 '연소실' 내 연소장치를 시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원래대로라면 압축공기가 분사돼야 했지만 질소가 분사됐던 것.
근로자들은 당시 분사된 뒤 밀폐된 연소실에 남아있던 질소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압축공기를 투입하는 장치가 완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 측이 연소장치를 시운전하기 위해 압축공기 대신 질소를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SK하이닉스 측이 질소를 투입하고도 근로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연소실을 밀폐공간으로 지정하지 않는 등 관리를 부실하게 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공장을 빨리 가동해 수익을 내려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라고 말했다.
2. 이마트 에스컬레이터 점검하던 20대, 기계에 끼여 사망
지난 3월 28일 이마트 도농점에서 무빙워크 수리 작업을 하던 21살 청년이 사망했다.
무빙워크 기계에 몸이 낀 사고였다. 숨진 근로자는 1시간 만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무빙워크 사고는 치명적인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안전관리에 더 유의해야 한다. 이마트 내부 안전 지침에 따르더라도 작업에 투입되는 근로자들은 반드시 안전교육을 받았어야 했다.
사고 발생 후 이마트 측은 무빙워크 점검 전 근로자들에게 10분간 안전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지만 유가족들이 CCTV를 확인한 결과 교육장에 들어갔던 작업자들은 1분도 안 돼 밖으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이마트 측의 안전 교육 점검 일지가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이마트와 계약을 맺고 전국 이마트 승강기를 관리하는 업체 등은 승강기 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3. CJ대한통운 물류센터서 알바하다 '감전사고' 당한 대학생
지난 16일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청년이 감전돼 숨졌다.
사고는 지난 6일 발생했고 병원으로 옮겨진 청년은 결국 사고 발생 10일 만인 지난 16일 사망했다.
사고 당시 이 청년은 동료 한 명과 함께 웃통을 벗은 채 컨베이어 벨트 아래로 빗자루를 들고 들어가는 모습이 현장 CCTV에 잡혔다. 잠시 후 동료가 청년의 다리를 붙잡고 밖으로 끌어내는 모습이 나타났다.
유가족은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라고 주장했다. 웃통을 벗고 있던 아르바이트생에게 주의사항을 숙지시키지 않고 전류가 흐르는 곳에 들어가 청소를 하게 했다는 것이다.
해당 아르바이트생은 전역한지 2개월이 된 대학생이었다. 복학을 앞두고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이 죄송스러운 마음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경찰은 현재 사고 구간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누전차단기 작동 여부 등을 조사중이다.
4. "올해만 벌써 8명 사망"…노동자 무덤이 된 포스코건설 공사 현장
포스코건설 공사현장에서는 2018년인 올해만 총 5건의 사고가 발생해 총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3월 포스코건설이 진행하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 건설현장에서 작업대 붕괴로 노동자 4명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달 송도 센토피아, 부산 산성터널 건설 현장에서도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졌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포스코건설은 건설 현장에서의 위험성 평가를 단지 형식적으로만 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안전관리자 정규직도 315명 중 56명으로 1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건설사 안전관리자 정규직 비율인 37.2%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 연이은 안전사고를 일으킨 포스코건설에 고용노동부는 2억 9,658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