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변보경 기자 = 연일 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 남들보다 더 길고 더운 여름을 보내는 곳이 서울 한가운데에 있다.
종로구 돈의동 103번지, 바로 돈의동 쪽방촌이라 불리는 곳이다.
쪽방에 거주하는 주민은 대개 홀몸어르신, 저소득 가정, 장애인들로 이들은 작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뜨거운 여름을 견디고 있다. 선풍기도 없이 보내는 주민들도 있다.
창문도 없는 방을 가득 채운 뜨거운 공기 때문에 쪽방 주민들은 골목 어귀 그늘에서 여름 한낮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종로구(구청장 김영종) 종로1·2·3·4가동주민센터 직원들과 돈의동 쪽방 상담소 직원들은 환경이 열악한 쪽방 주민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지낼 수 있도록 매일 쪽방 골목을 다니며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직원들은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이지만 환하게 웃으며 한 분 한 분 찾아가 안부를 묻고 생수와 쿨 스카프를 전달하고 있다.
이런 모습에 쪽방 주민들은 오히려 직원들을 걱정해 주신다고 동주민센터 직원은 전했다.
쪽방 주민들과 이들과 함께 하는 동주민센터 직원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폭염이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이 곳 주민들의 힘겨운 여름나기가 알려지면서 쪽방의 폭염을 덜어줄 시원한 기부바람이 불고 있다.
지역 내 기부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주민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도 광주에 사는 권 모씨(56세)는 지난 8월 초 돈의동 쪽방 주민들에게 선풍기 10대와 비타민 음료를 후원했다.
또 종로1·2·3·4가동 복지플래너와 함께 쪽방을 방문해 직접 주민들에게 음료수를 나눠주며 말벗이 되기도 했다.
권 씨는 "이렇게 더운 여름에 작은 쪽방에서 선풍기도 없이 힘들게 지내는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을 뉴스로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우리가 조금씩 뜻을 모아 도우면 이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며 후원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음료수를 건네받은 주민들은 "이렇게 더운 날 직접 찾아와서 도와주시니 감사하다."며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곳을 찾는 후원자들 대부분이 "이렇게 화려한 도심 속에 힘들게 폭염을 견디고 있는 소외 계층이 있는지 몰랐다. 직접 찾아와서 눈으로 보니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 것보다 환경이 더욱 열악하다."며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알게 됐다고 한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폭염에 지친 쪽방 주민들에게 각 지역의 이웃들이 힘을 모아 후원을 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린다. 돈의동 쪽방에 부는 기부 바람이 쪽방 주민들에게는 희망의 신바람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기화되는 무더위에 사회적 취약 계층 분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