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성아 기자 = 처음 회사에 입사하면 쳐다보기도 무서운 인물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아마도 같은 회사에 다녀도 일하는 공간이 달라 자주 못 보는 임원들일 것이다.
가끔 예상지 못한 순간에 등장하는 그들. '어떻게 인사해야 하나' 고민이 앞서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한 대기업의 임원은 직원들이 자신에게 '폴더 인사'를 하기보다는 편안하게 고개로만 인사를 하길 바란다는 후문이 있다.
이 소탈한 인물의 정체는 바로 '혁신의 아이콘'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다.
매번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마케팅 천재' 정 부회장.
업계에 따르면 그의 소탈하고 탈권위적인 행보 덕분에 회사의 실적과 직원들의 행복지수가 상승했다.
지난 2003년 정 부회장이 처음 현대카드에 입사했을 당시 적자가 2조원에 달했다.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위인 정 부회장에게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한 번 살려보라"는 부탁을 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회사 자체에 '디지털 혁신'을 필요하다며,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과 마인드 등 기업 경영의 모든 면에 근본적인 변화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기존 기업의 비효율적인 규정과 소위 '꼰대 문화'를 없애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먼저 직원들이 캐주얼 복장을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정장 대신 운동화나 청바지 등 비즈니스캐주얼룩으로 바꿨다.
낮 12시부터 오후 1시였던 점심시간도 폐지했다. 대신 직원들이 직접 시간을 정해 1시간 동안 식사 또는 운동을 하게끔 했다.
회의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 PPT를 이용해 발표하는 방법 대신 손으로 적거나 간단한 엑셀로 필요한 정보만 담은 보고를 하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도입했다.
오전 7~10시 사이에 출근해 점심시간 포함해 9시간 근무 후 오후 4~7시 퇴근하면 된다.
어린아이가 집에 있거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직원, 또는 한 부모 직원이 그 대상이다. 전 직원의 30% 정도가 대상자라고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또 직원들과 자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직원들의 이메일을 받으면 모두 답장을 해준다.
또 1~2개월에 한 번씩 '직원들께 드리는 보고서'라는 제목의 메일을 발송한다. 이 보고서에는 회사의 중점 추진 과제, 미래의 전략과 비전 등이 담겨있다.
상사가 하는 일을 직원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것, 보고서는 부하직원이 상사에게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정 부회장. 그의 경영 철학이 돋보인다.
정 부회장은 CEO도 임직원과 같은 회사 구성원이라는 점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 덕분일까. 지난 2002년 1.8%에 그친 현대카드 점유율은 정 부회장이 취임한 후 단 7년 만에 16.3%까지 올랐다.
'임직원들만 썼던 현대카드'가 이미지 쇄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 부회장의 탈권위적, 소탈한 행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