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혜 기자 = 억대 연봉을 받으며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던 비즈니스맨은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청소도우미'의 길을 택했다.
가사도우미 연계 O2O 서비스 '와홈(WAHOME)'을 설립한 이웅희 H2O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대표이사 얘기다.
청년 CEO 이웅희 대표는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한 곳인 코넬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그는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입사했고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홍콩과 미국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다. 그야말로 '엄친아' 인생을 살았던 것.
약 4년간 대기업 인수합병(M&A)과 국제 채권 발행 업무를 맡아 일하던 이 대표는 회사 5년차에 접어들며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모시고 있던 직장 상사를 보며 5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고. 매일 새벽 3시가 넘어 퇴근해야 하고 자기계발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사의 모습을 보며 그는 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가 홈클리닝 O2O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역시 그즈음이었다. 퇴사 이후 홍콩의 벤처캐피털(VC)이자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자비스(Jaarvis)'에 합류하면서 해외 O2O 업체들의 놀라운 성장을 목격하게 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미국 홈클리닝 O2O 서비스 업체 '핸디'를 보며 그는 미국보다 가사도우미를 부르는 횟수가 훨씬 많은 한국 시장이라면 더욱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2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핸디'는 당시 가사도우미의 청소 서비스 뿐만 아니라 가구 조립이나 설치 같은 다양한 집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업체로 도약하고 있었다.
국내 홈클리닝 시장의 성장성을 확신한 이 대표는 2015년 4월 회사를 설립하고 7월 '와홈'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는 달랐다. 막상 창업을 시작하고 발로 뛰며 투자자들을 만나러 다녔지만 "청소에 대해 뭘 아느냐"는 면박만 들을 뿐이었다.
그는 과거 자신이 투자자로 근무했을 때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이런저런 사업 조언을 했던 것이 다 '수박 겉핥기'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인력사무소를 찾아 갔던 것도 여러번이었지만 일감이 들어오길 하염없이 기다리다 허탕을 치기가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강남 일대 부동산을 찾아다니면서 "무조건 다른 업체의 절반 값에 청소해주겠다"며 명함과 함께 자양강장제를 건넸다.
주 고객층인 30~60대 여성에겐 평범한 전단지 대신 꽃 한 송이를 건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매일 아침 화훼시장으로 향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서서히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던 투자자들도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해 '와홈'은 두 번에 걸쳐 총 25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투자자들 중에는 배우 배용준 씨까지 포함되어 있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업계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와홈'은 가사도우미 전문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도우미 개인마다 주먹구구식이었던 청소 방식을 규격화하고 고객만족(CS) 교육을 도입했다.
시간이 많이 든다 해도 가사도우미들이 스스로 자부심과 '프로 정신'을 갖고 일할 때 서비스의 질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는 'H2O'로 사명을 전격적으로 변경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돌입했다. 회사 내에는 가사도우미 플랫폼 '와홈', 일본의 하우스 키핑 서비스 회사인 '하우스케어(HouseCare)', 일본의 온라인 숙박관리업체 '호스포(HOSPO)'가 있다.
'H2O'는 호텔, 호스텔, 개인 민박 등 숙박 사업자를 대상으로 해당 시설의 하우스 키핑, 클리닝, 시설관리, 고객 호출 응대 등 시설 관리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개념 숙박사업 매니지먼트 그룹이다.
이 대표가 이끌고 있는 'H2O'는 이번해 6월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총 6천여명의 하우스키퍼 및 관리인력을 양성했고 현재 일본 주요 관광지인 도쿄, 오사카, 교토, 후쿠오카 지역 내 호텔과 VR(Vacation Rental) 500여개 객실을 운영 및 관리하고 있다.
'와홈'은 2017년 기준 연매출 30억을 달성했으며 2018년 'H2O'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올해 연매출 100억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던 금융계 엘리트에서 모든 것을 새로 개척해가야 하는 스타트업 CEO의 길을 걷게 된 이웅희 대표.
그동안 하대받던 '가사도우미'라는 일을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