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에겐 남부럽지 않은 아들 삼형제가 있다.
평소 사석에서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입가에 미소'가 번질 정도로 김동관(1983년생), 김동원(1985년생), 김동선(1989년생) 삼형제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52년생인 김승연 회장은 우리 나이로 올해 67세로 아직 건재하지만, 천천히 '3세 후계' 구도에 대한 윤곽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데 유별난 사랑 때문에 '자식교육'이 조금은 부족(?)했던 것일까.
김 회장의 큰아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를 제외하면,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막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사회면에 오르내렸다.
특히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아버지 김승연 회장에게 '보복 폭행' 사건에 휘말리게 만들었던 장본인으로 뼈 아픈 '흑역사'를 갖고 있다.
사건은 10여년 전인 200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대 초반이던 김동원 상무는 당시 서울 청담동 한 가라오케에서 어깨를 부딪힌 종업원과 싸우다 계단을 굴러 눈 주변을 11바늘 꿰맸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김승연 회장이 직접 나서 '보복 폭행'을 가하면서 한국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당시 김승연 회장은 아들 김동원 상무와 싸운 이들을 청계산 부근 공사장으로 데려가 "내 아들 눈이 이렇게 됐으니 너도 눈을 맞아라"라며 쇠파이프로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원 상무의 이름은 이렇게 잊혀지는 듯 했지만 다시 사회면에 커다랗게 올랐다.
김 상무는 지난 2014년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약물치료 강의 수강 명령을 받았다.
김 상무는 2010∼2012년 주한미군 사병이 군사우편으로 밀반입한 대마초 가운데 일부를 지인에게서 건네받아 4차례 피운 혐의로 기소됐던 것이다.
이외에도 2011년 교통사고를 낸 뒤 아무런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가 적발돼 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사실 재벌 3세로 사건사고 면에 단골로 오르내린 김 상무는 재벌가에서도 '답없는 문제아'로 꼽히면서 사람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세월이 흐르면 '탕자'도 철이 드는 법. 1985년 생인 김 상무는 올해 30대 중반의 나이가 됐다.
이제 겁없던 20대 나이가 아닌 '세상 물정을 좀 배워가는' 어른이 되고 있는 걸까.
사고뭉치였던 지난날의 김동원 상무의 모습은 요즘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한화그룹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엄친아'인 큰형 김동관 전무의 반듯한 모습을 보고(?) 이제 정신을 좀 차렸는지 한화그룹의 금융과 IT 분야를 책임지면서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김 상무는 매년 다보스포럼과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비즈니스 인맥을 넓히고 있다. 김 상무는 미국의 명문고 세인트폴고등학교를 나와 예일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감각과 풍부한 인맥 등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한화그룹의 해외 진출과 사업 다각화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 등 4차산업 혁명에 관심이 높다.
실제로 지난 4월에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주재하는 지도자 좌담회에 초대되기도 했다.
김동원 상무는 당시 시 주석이 주재하는 좌담회에 초대돼 세계 각국의 주요 기업인 50여명과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좌담회에는 세계 2위 철강회사인 바오우 철강그룹의 천더룽 회장, 중국 최대 보험사인 중국생명의 양밍셩 회장, 중국기계공업그룹의 런훙빈 회장, 천스칭 중국은행장, 일본 토요타자동차 다케시 우치야마다 이사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이뿐만 아니라 김 상무는 2016년 보아오포럼 '영 비즈니스 리더'로 선정됐고 3년 연속 공식 행사 패널로 활약했다. 금융 사업에 있어도 핀테크와 P2P 대출 등에 주력하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김 상무가 주도한 미국 대표 P2P(개인 대 개인 대출) 대출업체 렌딩클럽(Lending Club) 투자와 관련해서 적지 않은 시세차익 얻고 마무리하기도 했다.
김 상무는 수백억원을 투자해 200억원 상당의 차익을 올리면서 금융과 IT 분야에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중이다.
한때 사회면에 '단골 손님'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김 상무였지만 이제는 큰형 김동관 전무와 함께 한화그룹의 주력 사업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이렇듯 '문제아 차남'의 달라진 모습에 아버지인 김승연 회장은 깊은 신뢰를 보이며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