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한화그룹이 미래 성장 기반 구축과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앞으로 5년간 22조원을 투자하고 3만 5천명을 신규 채용한다.
장기 내수 침체에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악인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참고로 이번 투자는 한화그룹의 최근 3년 평균 투자액(3조 2천억원)보다 37% 높은 것이며, 창립 이후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한화그룹은 지난 12일 투자 '향후 5년간 22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3만 5천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투자·고용 확대와 상생 협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연평균 투자 금액은 4조 4천억원이며, 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2018년 현재 70조원 수준의 매출 규모를 5년 후인 2023년 100조원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8위 한화그룹의 대규모 투자 소식에 재계 관계자들은 반색하면서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통 큰 결단', 즉 터프한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투자"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불같은 성격을 가졌지만 쓸 때는 확실하게 쓰는 터프가이"이다.
1981년 부친인 김종희 전 회장이 타계하자 29세의 젊은 나이로 회장직에 오른 김 회장은 올해까지 38년째 한화그룹을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38년간 자신감, 카리스마, 날카로운 판단력, 물러서지 않는 추진력 등을 바탕으로 한화그룹을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에 대한 강한 의리를 보여줘 '의리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IMF 외환 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줬던 행동.
당시 김 회장은 수백억원의 손해를 감수하고도 고용 승계를 최우선으로 내세웠고, 사내 방송에서 "선대 김종희 회장이 한화를 창업한 이래 이런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었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많은 고통을 준 '가정 파괴범'이며, 만일 내가 경영을 잘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비참함을 토로해 임직원들의 감동을 샀다.
그는 또 기러기 아빠의 딱한 사연을 접하고 비슷한 처지에 놓인 임직원들에게 특별 휴가와 여비를 지원해주는 등 대기업 회장에게서는 보기 힘든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청계산 보복 폭행 사건', '외화 빼돌려 미국에 호화 주택 구입', '그룹 분리 과정에서 빚어진 형제간 다툼' 등 부정적 이슈도 많아 '인간' 김 회장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그렇다고 해서 'CEO' 김 회장에 대한 평가까지 엇갈리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아들 사랑, 불같은 성격으로 청계산 보복 폭행과 같은 끔찍한 사고를 저지르긴 했지만 이런 보스 기질이 한 번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이어져 한화그룹 성장의 원동력이 됐기 때문.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투자와 관련해 "'다이너마이트' 김 회장이 또 한 번 사고를 쳤다"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대규모 투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칭찬에 대한 김 회장의 화답'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의 이번 투자 계획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대기업 방문으로 지난 2월 한화큐셀을 방문한 지 6개월 만에 나왔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화큐셀을 일자리 창출과 신재생 에너지 정책의 모범 사례로 언급하면서 김 회장을 향해 "업어드리고 싶어서 왔다", "아주 기쁜 모습을 보았다",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된다"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또한 최근 들어 정부가 대기업의 투자·고용 확대를 적극 독려하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화그룹도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범국가적 차원의 성장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2016년까지 매년 연간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지난해부터 중단했고, 5년 단위의 중장기 경영 계획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방침에 따라 매년 7천여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태양광·방산·석유화학 등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