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석태진 기자 = 입사 2년 차 직장인 영미(25) 씨. 그녀는 최근 컴퓨터 앞에서 나날이 떨어져만 가는 시력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안경도 써보고 렌즈도 착용해봤지만 불편함을 극복하지 못한 영미 씨는 결국 오랫동안 미뤄오던 라식을 다짐했다.
그동안 영미 씨가 불편함을 감내하면서까지 라식을 피했던 이유는 주변에 돌아다니는 근거 없는 소문과 안과마다 크게 차이나는 가격 때문.
하지만 이번만큼은 반드시 라식을 받겠다고 다짐한 영미 씨는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착한 병원'을 검색해 직접 방문상담을 받기로 했다.
착한 병원으로 알려진 2개 병원을 방문한 그녀는 다양한 수술 가운데 논현 소재의 병원에서는 '라섹'만, 압구정 근처의 병원에서는 '스마일 라식'만 가능하다는 상담 결과를 받았다.
두 병원의 이야기가 달라 혼란에 빠진 영미 씨는 온라인상의 후기들을 읽어보다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알고 보니 착한 병원이라고 생각했던 두 병원의 수백 개에 달하는 후기가 전부 각 병원에서 추천했던 '라섹'과 '스마일 라식'이었던 것이다.
이 두 병원의 모든 후기들이 하나의 수술로만 통일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던 걸까.
이처럼 온라인에 게시되는 수술 후기의 신빙성에 의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직 의사가 밝힌 생생한 이야기가 누리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OBS '건강을 부탁해'에 출연한 현직 B 병원 원장은 "병원마다 추천하는 수술법이 다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꼼꼼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환자의 눈 상태에 맞는 수술을 권하는 안과도 많지만, 일부 병원들이 환자에게 맞춘 라식 수술이 아닌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로 가능한 수술만을 권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고 밝힌 것.
사람마다 얼굴과 지문이 모두 다르듯 개인의 눈 조건도 다르다.
무엇보다 라식과 라섹은 15단계에 걸친 60여 가지의 사전 검사를 통해 눈 상태를 정밀히 진단해야 함은 물론, 직업과 라이프 스타일도 충분히 고려해 본인에게 적합한 '맞춤형 수술'로 진행돼야 하는 수술이다.
하지만 일부 안과들은 '착한 병원'이라는 타이틀 아래 수술할 수 없는 시술을 위험하다거나 필요 없다고 치부하는 등 또 다른 의미의 '과잉 진료'를 권하기도 한다.
이는 안전성에도 문제가 되지만 시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수술을 받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스마일라식, 렌즈삽입술, 라식, 라섹 등 모든 종류의 시력교정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수도권 기준으로 5개밖에 안될 정도로 드물다고 한다.
일부 안과들이 검사 및 수술을 할 수 있는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모든 환자에게 같은 수술을 권하는 것은 환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와도 같다.
당연히 병원들의 자정 작용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수술을 받으려는 병원이 내 눈에 맞는 수술을 골라주는 최첨단 장비가 갖춰져 있는지, 모든 종류의 수술이 가능한지에 대한 조사는 소비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번거롭겠지만 라식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면 내게 맞는 정확한 정밀검사가 가능한지, 모든 종류의 수술이 가능한지를 꼼꼼하게 따져보자. 어쩌면 내 눈에 맞는 시력을 디자인해주는 나만의 '착한 병원'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