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포스트잇에 유서 남기고 목숨 끊은 삼성화재서비스 여직원

인사이트(좌) 삼성화재, (우)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삼성화재서비스에서 감사를 받던 여직원이 억울하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자회사인 삼성화재서비스에서 일하던 여직원 A씨는 지난 4일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여직원 집에서 발견된 포스트잇 3장 분량의 짧은 유서에는 회사 감사팀을 원망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여직원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삼성화재서비스는 지난달부터 보험료 지급 등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감사를 진행했다.


인사이트삼성화재 전경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참고로 삼성화재서비스는 손해사정과 차량관리, 검사대행 등을 하는 삼성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의 손해사정 자회사다.


삼성화재 측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에게 삼성화재서비스가 진행한 '감사'에 대해 '현장 정기점검'이라고 설명했다.


보험회사이기 때문에 계약이 똑바로 들어왔는지, 가라계약(거짓계약)은 아닌지, 원금 지급은 제대로 됐는지 등 여부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일상적인 정기점검이라는 것이다.


여직원 A씨는 삼성화재가 말하는 '현장 정기점검'을 몇 차례 받아야 했고 주변 지인들에게 이에 대한 억울함을 하소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화재 측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유서를 남겼다는 부분에 대해 확인된 바가 없다"며 "경찰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관계자는 또 "장례를 조용히 다 치른 상황"이라며 언론에 관련 사건이 언급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경찰 수사 진행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관계자는 "감사 때문에 일어난 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지금 수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현재 경찰은 삼성화재서비스 여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회사 측의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의 감사는 관련 업계에서도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감사를 견디지 못하고 정신질환을 앓게 된 삼성화재 직원이 업무상 산업재해를 신청해 인정받은 사례가 있을 정도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삼성전자


2년 전인 2016년 삼성화재 부장으로 일하던 B씨는 부하 직원들에게 선물을 강요하고 7만원짜리 판촉물 넥타이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등의 이유로 5차례 감사를 받았다. 그리고 그해 10월 보직해임됐다.


B씨는 보직해임 인사 명령을 받은 것과 관련 수천명의 직원들에게 공개됐다는 사실에 심한 모욕감과 충격을 받았고 정신과 의원에서 '심한 스트레스 반응 및 적응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B씨는 지난해 10월 근로복지공단 서울 서초지사에 회사의 감사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질환을 겪고 있다며 업무상 재해 신청을 접수했고 올해 3월 산재가 인정됐다.


삼성화재서비스 여직원 A씨가 스스로 목숨 끊은 경위와 관련해 경찰이 현재 수사 중에 있기 때문에 회사의 감사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여직원 A씨가 회사 감사팀의 '정기 현장점검' 이후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경찰이 수사를 통해 목숨 끊은 이유를 정확히 밝혀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