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품격 있는 대사의 향연은 그 어떤 액션신 보다 짜릿한 전율이 일게 한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등을 연이어 성공시킨 감독 윤종빈이 또 한 번 뜨거운 감자를 들고 돌아왔다.
영화 '공작'은 1990년대 '흑금성'이란 암호병으로 활동했던 안기부 스파이 박석영(황정민)이 북핵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활동하던 중, 남북 고위층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가안전기획부 지령을 받은 그는 위기 상황에서는 국가가 자신을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까지 전해 들은 뒤 목숨을 걸고 대북사업가로 위장해 남북 협업을 추진한다.
표면적으로는 대북 광고를 통해 실익을 도모하려는 것 같지만 사실은 북의 핵시설을 탐사하기 위한 무시무시한 공작이다.
베이징 주재 북 고위 간부 리명운(이성민)에게 접근한 박석영은 그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하지만, 대선으로 김대중, 이회창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와중 남북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며 사건은 종잡을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진다.
익숙한 소재를 품격있게 재탄생시킨 영화 '공작'의 강렬한 서스펜스와 숨 막히는 몰입감, 그 탄탄한 작품성은 다름 아닌 '칸'이 가장 먼저 알아봤다.
올해 열린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것. 칸 현지에서 '공작'은 영화인들을 만족시켰다.
실제 상영 직후 5분간 기립박수가 터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남북 한반도 비극이 지속되는 이유'와 함께 '무엇을 위해 우리는 싸우고 있나'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싶다는 목적의식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철학은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났다.
'공작'에는 액션신이 거의 없는데 이는 굳이 액션을 가미하지 않아도 배우들 감정선만으로 긴장감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을 것이란 감독의 믿음 때문이다.
수년간 다채로운 작품을 소화한 '공작'의 주연 황정민은 "공작은 구강 액션이다"라고 말하기까지 했을 정도.
총과 칼을 대신해 스크린을 채운 건 고증 수준의 현실감 넘치는 북한 사회 구현과 쫀쫀한 대사, 배우들의 명연기였다.
실제 관객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던 평양 시내를 '공작'이 완벽에 가깝게 구현한 것에 놀라움을 표했다.
크고 공허한, 어딘가 메말라 있는 평양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만으로도 영화는 '실제' 같은 몰입감을 더했다.
감독은 갈 수 없는 장소였기 때문에 처음 대본을 쓸 때부터 북한을 어떤 식으로 재현할지가 제작진과 자신의 큰 숙제였다고 전했다.
이들은 북한에서 촬영할 수 없으니 평양과 비슷한 국내 각지와 대만을 오가며 촬영을 진행했다.
합성과 CG, 세트 제작 등에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어간 것은 물론이다.
평양 시내 고증뿐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과의 접견 장면 역시 그 디테일함을 감탄하게 만든다는 후문이다.
이들이 '뼈를 깎아 만든 노력은 가히 헛되지 않았다.
시사회 직후 평론과 관객들의 호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공작'을 긴장감과 사실감, 재미, 감동,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력, 그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웰메이드 영화라고 평가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주요 반응은 액션 첩보영화와는 결이 다른 재미와 몰입감에 대한 극찬이었다.
오직 이야기만으로 이런 재미를 뽑아냈다는 점에 감탄하며 요즘식 액션 첩보영화와는 급이 다르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또, 일부는 "총 한번 쏘지 않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범죄, 액션, 누와르 장르에 천재적 소견이 있는 윤종빈 감독이 또 해냈다며 "근 10년 남북 소재 영화 중 가장 가치 있다. 시간이 흘러도 두고두고 볼만하다"는 평도 이어졌다.
평가에서 보듯 관객들의 극찬은 재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영화가 북한과 평양 시내, 그리고 시대 상황을 현실과 매우 흡사하게 재현했음은 물론 영화적 재미를 놓치지 않은 연출력에 대해 감탄했다.
고증 수준의 재현에 더해진, 감정을 쥐고 흔드는 섬세하고 파격적인 연출력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성과 감성의 줄타기를 완벽하게 해내며 '공감'을 이끌어낸 것 역시 성공 요인이다.
그간 본 적 없던 남북 첩보영화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공작'.
말과 대화, 심리가 주를 이루는 고품격 첩보 영화를 통해 감성과 이성 모두를 촉촉하게 적시고 싶은가.
연기파 배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이 출연하고, 믿고 보는 감독 윤종빈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공작'과 만나보자. 오는 8월 8일 개봉.